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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땅, 러시아 볼고그라드를 깨워라
잊혀진 동포 ‘까레이스키’의 아픈 상처
2010년 08월 29일 (일) 21:30:43 류기석 yoogiseo@yonsei.ac.kr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폭염·폭우·폭설 등 기상이변과 이에 따른 재해로 인한 곡물 생산량 감소로 국제 곡물가가 심상치 않다. 특히 주요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3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맞아 밀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며 이로 인해 빵, 과자 등 식품 가격도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러시아 정부가 올해 말까지 곡물 수출을 금지하면서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애그플레이션도 현실화되고 있다.

   
▲ 러시아 볼고그라드의 광활한 토지

애그플래이션은(agflation)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농업생산물 가격상승이 물가상승을 야기하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우리와 같이 좁은 면적의 토지와 자원의 한계인 나라에서는 이를 대비하기 위한 해외영농개발이 절실한 형편이다. 특히 러시아와 같은 광활한 토지를 차지하기 위한 각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더욱이 러시아 고려인동포가 거주하고 있는 연해주지역과 중앙아시아지역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아직 러시아 볼고그라드주가 미완의 땅이란 점과 고려인동포가 수만 명이상 몰려들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별로 없다.

   
▲ 은혜교회 조익현 선교사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연세대 CT연구단 설용건 단장

러시아는 연방 50개 주가 있고 볼고그라드 주는 그중 하나이다. 수도는 볼고그라드 시로 면적이 11만 3천 9백 평방미터로 남한보다 넓다. 솔로호프의 노벨상 수상작인 '고요한 돈 강'의 실제무대라고도 하며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러시아 침략에 대항하여 200여일에 걸친 치열한 전투 끝에 독일군을 물리치고 연합군이 승기를 잡은 스탈린그라드 전투로도 유명한 곳이다. '볼가 강 도시'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이곳은 스탈린 집권 시기에 '스탈린그라드'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1961년 스탈린 사망이후 '볼고그라드'로 개칭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 마마이예프 언덕에서 바라 본 볼가강

볼고그라드 대부분 지역이 건조한 스텝 지대로 초원과 비옥한 토양에서 자라나는 세이지로 이루어졌으며, 사라토프 주(29,9 %), 로스토프 주(26,8 %), 아스트라한 주(11,4 %), 보로네시 주(11,3 %), 칼미크 공화국(10,9 %), 카자흐스탄(9,7 %)과 접하고 있다.

볼고그라드 주 전체 인구는 대략 270만 명으로 러시아 전체 1.8%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그 가운데 200만 명이 도시지역에 거주한다. 전체 인구에서 러시아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90%로 매우 높은 편이며, 아직도 공산주의시절을 잊지 못하는 보수적 성격이 강한 곳이다.

   
▲ 고려인청소년들의 전통무용 공연

   
▲ 고려인청소년들의 전통무용 공연

볼고그라드에는 약 80개의 민족이 어우러져서 살아가고 있지만 러시아개혁개방이후 가장 크게 변화가 있는 민족은 독일인과 한국인이라고 한다. 독일인들은 독일인 마을을 만드는 등 독일 정부에서 많은 투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살기 좋은 조건의 독일 조국으로 거의가 돌아갔다고 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한국인들 즉, 고려인 동포들은 공식적으로 약 3만5천명이 정착해 살고 있지만 조국인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별 관심이 없어 안타깝다.

   
▲ 고려인청소년들의 전통무용 공연

볼고그라드에서 둘째 날을 맞았다. 이날 새벽기도회는 설용건 단장과 조익현 선교사가정 등이 참여했고, 나머지 일행은 야생장미꽃 채취를 위한 산책길에 올랐다. 예상보다는 못 미치는 장미꽃 채집대신에 연한 뽕잎을 채집하여 뽕잎 샤브샤브를 곁들인 아침식사는 풍성했다.

야생장미에는 비타민 A와 B 그리고 C가 풍부해서 피로회복에 좋고, 항산화물질이 있어 노화방지에도 탁월하다. 또한 보습력이 뛰어나 수분공급을 원활히 하고, 여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 등 피부를 아름답게 유지시켜준다. 이날 장미꽃을 정제수로 우려낸 물은 조익현 선교사의 건강을 위하여 즉석에서 천연으로 제조하여 사용했다.

   
▲ 볼고그라드 시내 도시정원에 핀 장미꽃

   
▲ 러시아 볼고그라드 교회시장 풍경

여전히 여름더위와 함께 모기가 극성이다. 오전일정은 그곳에서 제법 규모가 있다는 시장을 먼저 들렀다. 하지만 몇 가지의 과일과 양파, 일부야채 외에는 찾아볼 수가 없어 실망했다. 이어 은혜교회에서 우리일행을 환영하는 특별공연예배로 드려졌다. 고려인청소년들이 펼치는 찬양과 전통무용 그리고 단막극은 러시아에서 한국적 삶과 문화를 체험하는 중요한 일이라 생각되지만 획일화된 느낌이 들었다. 러시아청소년들이 그들의 문화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춤추는 현장을 볼 수 없어 안타까웠던 것이다.

   
▲ 러시아 볼고그라드 은혜교회 전경

   
▲ 은혜교회에 감사를 표하며...

찬양이후 조익현 선교사의 간단한 메시지가 전해졌고, 연세대 설용건 CT연구단장의 인사말과 함께 한국에서 준비해간 기념품 등을 전달했다. 때마침 고국의 대학소개도 동영상으로 소개됐다. 우리와 태어나고 자란 곳은 다르지만 한민족으로서 고려인동포들의 고난과 역경을 딛고 자라난 맑고 고은 청소년들을 머나먼 이국땅에서 만나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 러시아 고려인들의 초기모습

러시아볼고그라드고려인들은 1992년 타지키스탄의 내전으로 생활의 터전을 잃고 난민으로 전락한 18,000명의 고려인들이 몰려오면서부터 이주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1990년 소련연방이 15개 공화국으로 분리되면서 50만 고려인들이 각기 다른 국적을 소지하게 된 것이다.

구 소련시절 고려인들은 중앙아시아에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중앙아시아가 독립을 하면서 민족주의가 거세어지자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에서 가깝고 농사짓기에 편리한 볼고그라드로 대거 이주했던 것이다. 구소련 연방의 붕괴와 중앙아시아 각 국가들의 독립은 고려인들에게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왔고, 중앙아시아에 살고 있는 고려인 동포들에게는 경제 붕괴와 민족차별이라는 큰 시련이 들이닥친 것이다.

   
▲ 연세대 CT연구단 일행을 환영하는 고려인동포들

이에 지난 10년 동안 중앙아시아에 살고 있던 고려인들은 보다 나은 삶을 찾아 계속해서 러시아로 이주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볼고그라드가 있는 것이다. 이유는 앞서 문제를 제기한 것에 보태어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도 농사철이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수백세대의 계절농민들이 볼고그라드 지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당장 의식주의 해결이 시급한 고려인들로서는 한민족이라는 소수 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전하는 문제는 아예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러시아 볼고그라드의 고려인동포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소규모 친환경농업을 위한 토지제공이다. 우리들은 그냥 도와주는 적선(積善)의 개념이 아닌 연리5%의 이자로 안전하게 투자하면서 천천히 해외진출의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초라해진 고려인들이 더 이상 반목과 불신으로 처절한 삶을 살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 고려인청소년들의 가슴 뭉클한 기도

   
▲ 은혜교회의 가수

은혜로운 환영예배가 마쳐지고 은혜교회 교인들과 맛있는 국수를 나누어 먹고는 볼고그라드의 명소 마마이예프 언덕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조국의 어머니상'이라고 불리는 동상이 우뚝 서 있었다. 높이가 52m가 넘는 이 거대한 동상은 미국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 보다 6m 이상이 크다고 한다. 검의 높이를 감안하면 73m에 달한다고 하니 러시아인들이 공들여 전승을 기념하는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이곳이 독일과의 불가피하게 일전일대의 대충돌을 벌였던 러시아 최후의 보루 볼고그라드 전투가 진행됐던 곳이다. '조국의 어머니상' 아래에는 전쟁에서 희생된 옛 소련인들이 묻혀있다고 한다. 그리고 언덕아래 거대한 규모의 전쟁기념관에는 전쟁에서 전사한 용사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쓰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 마마이예프 언덕, '조국의 어머니상'

   
▲ 마마이예프 언덕, '조국의 어머니상'

이곳 언덕은 볼고그라드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독일과의 전쟁 중 이곳에 사령부가 설치되었단다. 그야말로 일전일퇴의 치열한 전투공방을 벌였던 곳이다. 볼고그라드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도시 전체가 초토화 되었지만 전공을 세운 영웅도시로도 칭호를 받았다. 이곳주변에는 마마이예프 언덕 외에 전몰병사광장·방위박물관 등 제2차 세계대전의 기념물이 많이 있다.

볼가 강이 시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전망좋은 곳에 스탈린그라드 전투 파노라마 박물관이 있어 들렀다. 박물관에는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사용되었던 무기, 군수품 등을 전시해 놓고 있었으며 스탈린그라드 공방전을 그려놓은 거대한 파노라마 벽화가 마치 실전처럼 느껴지게 설치되어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러시아군의 장비와 함께 독일군의 장비도 전시가 되어 있었는데 독일군의 장비가 훨씬 정교해 보여 그 당시 독일의 과학기술은 세계최고조에 달했음을 짐작케 했다.

   
▲ 마마이예프 언덕, 전쟁기념관 전경

   
▲ 마마이예프 언덕, 전쟁기념관 풍경

고요한 볼가 강가에 우뚝 세워진 박물관을 돌아 나오면서 러시아인이든 독일인이든 그리고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고려인이든 모두가 생명, 평화, 공동체, 생태, 환경, 자연, 공생공존, 나눔…그리고 상호 다양성이 존중받는 인류의 역사가 만들어지길 희망해 보았다.

   
▲ 볼고그라드 시내 2차 세계대전 당시의 건물

   
▲ 스탈린그라드 전투 파노라마 박물관전경

   
▲ 스탈린그라드 전투 파노라마 박물관

   
▲ 스탈린그라드 전투 파노라마 박물관 내부

   
▲ 스탈린그라드 전투 파노라마 박물관에서 바라 본 볼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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