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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동의 성령의 제3시대
김경호의 성령에 대한 이야기 (5)
2017년 08월 09일 (수) 09:34:25 김경호 kim17kh@hanmail.net

서남동은 민중의 고통, 그들이 당하는 한(恨)에 대해 주목한다. 그는 민중의 고난 속에서 성령의 역사를 본다. 그는 지금 역사의 현장에서 부르짖는 민중의 소리를 그들을 위해 간구하시는 성령의 소리로 듣는다. 신학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 과거로 회귀할 것이 아니라 지금 같은 시대에 벌어지는 현장의 소리에서 바로 성령의 소리를 듣자는 것이다.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는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 마음을 살피시는 이가 성령의 생각을 아시나니 이는 성령이 하나님의 뜻대로 성도를 위하여 간구하심이라”(로마서 8:26-27).

서남동에게 신앙이란 한 인물에게로 거슬러 올라가 그의 경험과 느낌에 다다르고 전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에 다양하게 벌어지는 민중사건 속에서 함께 탄식하고 간구하는 성령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리고 성령께서 그들을 구원하시는 사역에 동참하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민중의 사건이 의미가 있으려면, 그것이 성서의 말씀이나 예수 사건과 연결되어야만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서남동의 공시적 해석에 의하면 지금 당하는 민중의 고난 자체가 다른 증빙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계시 자체이며, 그것은 삼위일체 하나님이신 성령의 역사방법이다. 서남동은 이를 ‘그리스도론적 통시적(通時的) 해석’(christological -diachronic interpretation)에 대조되는 표현으로 성령론적 공시적(共時的) 해석(pneumatological -synchronic interpretation)이라고 했다.

서남동은 12세기 신학자 요아킴 플로리스에 주목했다. 요아킴은 자신이 속한 12세기를 과거의 성부, 성자의 시대와 구분되는 성령의 시대로 선언했다. 성부의 시대는 신에게 복종하는 율법의 시대를, 성자의 시대는 신의 아들에 관한 믿음과 교리가 지배하는 교회의 시대를 말한다. 끝으로 성령의 시대는 신의 보편적인 은총 속에서 인류가 사랑과 자유와 기쁨을 누리는 영의 시대이다. 요아킴은 자신의 시대를 바로 성령의 경륜이 주도하는 ‘성령의 제3시대’라고 하면서 인류의 종말론적인 구원에 관한 기대를 소생시키려 했다(서남동, “예수, 교회사, 한국역사”,『민중신학의 탐구』,한길사,1983. 17). 서남동은 요아킴을 통해서 성부와 성자에 대한 고백의 역사로 묶여있는 신학에서 자유해서 오늘의 민중사건을 해석할 논거를 찾았다. 성령의 시대는 이 모든 것이 극복된 자유의 시대이며, 하나님의 영이 모든 이에게 부어지는 시대다. 서남동은 이런 제3의 시대를 곧 민중의 시대라고 보았다.

“성령은 하나님이 사람 안에 임재하시는 그의 새로운 존재양식이며 말세의 현상으로 그때에는 모든 사람이 직접적인 계시를 받는다. 또한 그 때가 되면 그곳은 ‘자유의 왕국’이 되며, 모든 사람이 인간의 위신을 갖는 민중의 시대가 된다.”(서남동, “성령의 제3시대”,『전환시대의 신학』, 한국신학연구소,1976. 132.)

서남동이 강조하는 것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민중사건이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현재에 포커스를 맞춘 신앙에서 비롯한다. 또한, 역사 속에서 눈물 흘리는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들이 곧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채워가는 그리스도의 지체이며 새로운 성령의 제3시대의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크리스천들이 어떻게 예수를 눈으로 보고 만져보겠는가? 그분의 말씀 한 구절을 붙잡고 명상을 통해서 거슬러 올라가면 되겠는가? 마치 물고기가 물을 거슬러 자기가 태어난 상류로 올라가듯이 말씀을 타고 거슬러 올라가 예수의 심정에 이르고 베드로의 마음에 이르면 우리의 신앙이 완성되는가? 초대교회가 영지주의와 싸워서 성육신 신앙을 지켜냈다는 것은 단지 이론과 논쟁의 승리가 아니다. 신앙을 이론으로 만들고 신비화시키는 무리들로부터 신앙이 그들의 삶의 변화가 되고 사건이 되도록 지켰다는 것이다.

예수의 말씀이 오늘의 사건이 되게 해야 한다. 그 말씀이 오늘 우리들의 역사의 현장에서 성육신하여 실제 우리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는 사건이 되게 해야 한다. 그것이 오늘 우리 가운데 역사하시는 성령의 세례를 받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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