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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정책 중소기업 경쟁력 높인다
구조조정 따른 일자리 사회복지 재정지출로
2017년 09월 27일 (수) 15:11:53 조영철 dasanforum@naver.com

서구 노동조합 조직률은 1980년대 이후 크게 떨어져 현재 대략 20~40 %정도다. 노조 조직률은 하락했지만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의 비율은 아직 60~80% 정도 된다. 서구의 산업별 노동조합 체계에서는 단체협약이 노조원뿐만 아니라 비노조원에게도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서구 노동운동이 노조원의 이익만이 아니라 가급적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역사적 전통을 지키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는 노조 조직률이 한국처럼 10% 수준이지만 단체협약 적용률은 90%에 달한다. 따라서 프랑스 시민들은 대부분 노동조합원이 아니면서도 노조의 단체협약 임금인상 혜택을 받는다.

최저임금 정책이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서구 노동조합은 대부분 산별노조다. 같은 산업이라도 산업 안에는 지불능력이 높은 대기업과 지불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섞여 있다. 만일 산별 노조가 기업의 지불능력 차이에 따라 임금협약을 맺었다면 산별 노조 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간의 임금격차가 점점 증가하고 노조 내 이질성 확대로 산별노조는 지속하기 어려웠을 거다. 서구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산별노조의 조직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원칙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아래서는 노동력의 질과 직무 수준이 유사하다면 지불능력이 높은 대기업과 지불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 노동자간의 임금격차가 최소화된다.

산업별 노조의 임금협약에 의해서 기업의 지불능력과 관계없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관철되면 저생산성의 중소기업은 인건비 부담으로 구조조정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산별 노조는 산업 내 중소기업 대부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임금이 오르면 중소기업 노조원의 실업도 급증하기 때문에 적정 수준의 임금자제(wage restraints)도 해야 한다. 따라서 산업별 노동조합이 제 기능을 하는 나라에서는 단체협약 임금에 의해 한계 중소기업은 항시적 구조조정에 직면한다.

독일은 2015년 최저임금제를 처음 도입할 정도로 과거 단체협약 임금의 위력이 강력했다. 독일 중소기업이 강력해진 이유 중 하나는 독일 노조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중소기업에도 엄격하게 적용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프랑스처럼 단체협약 적용률이 90%라면 단체협약 임금을 감당하지 못한 중소기업은 구조조정 되거나 퇴출되었을 거다. 그러나 산별 단체협약 임금에 의해서 저생산성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구조조정 되고 퇴출되었던 서구와 달리 한국에서는 저생산성 중소기업이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면서 계속 온존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기업 수와 고용 비중에서 중소기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교섭력은 매우 취약한 역설적인 현상이 지속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갑질과 불공정거래행위를 아무리 막아도 저임금 노동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이 광범하게 온존하면서 과당경쟁을 벌이는 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교섭력 격차는 해소되기 어렵다. 한국 청년들은 외면하고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생존 불가능한 중소기업은 정책금융으로 지원할 필요가 없다. 구조조정 없이 정책금융 지원만 하면 중소기업 수는 늘어나겠지만, 독일 같은 강소기업의 나라는 될 수 없다. 한국의 GDP 대비 중소기업 정책금융 지원액 비율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구조조정에 따른 일자리는 사회복지 재정지출로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임금주도성장이다. 불법파견노동 금지, 비정규직 차별 제한, 근로감독 강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개선할 수 있지만, 가장 강력한 수단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에 미치는 구조조정 효과가 강력하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충격을 완충하려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이 초래하는 고용 감소를 상쇄하는 수준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정부지출의 고용창출 효과가 민간소비, 민간투자보다 크고, 사회복지는 고용창출효과가 가장 큰 분야다. 우리가 저생산성의 영세중소기업과 자영업부문의 구조조정을 주저하는 것도 사회복지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사회복지 재정지출을 늘릴수록 최저임금 인상의 구조조정 부작용을 완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사회복지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인색하게 투자를 했고, 서구에서 항시적으로 진행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통한 중소기업 구조조정도 없었다. 사회복지 확대를 통한 삶의 질 개선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서 저생산성 부문을 구조조정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때 소득주도성장의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내년 최저임금은 16.4% 오른다. 남은 과제는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해서 어떻게 내년부터 본격화할 최저임금의 구조조정 선순환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느냐다. 그래서 이번 정기국회 2018년 예산안 심사가 중요하다.

글쓴이 / 조영철

·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 전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국장
· 저서
〈금융세계화와 한국경제의 진로〉, 후마니타스
〈미국식 자본주의와 사회민주적 대안〉,당대 등

 

* 다산연구소의 다산포럼은 새마갈노와 동시게재합니다. 컬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이 글에 대한 의견을 주실 분은 dasanforum@naver.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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