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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놓아야 참 마음 생긴다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마음 놓고외 2편
2017년 12월 04일 (월) 10:08:01 양재성 hfmc1004@hanmail.net

마음 놓고

   

정현종

놓은 줄도 모르게
마음 놓고 있으니
아, 모든 마음이 생기는구나.

지금은
마음 못 놓게 하는 일
마음 못 놓게 하는 자도
다 마음 놓이는 구나

사랑도 무슨 미덕도
내 거라고 안 할 수 있을 때
나는 싸울 수 있으리
내 바깥에서만 피어나는
사랑도 미덕도 만나리

마음 놓고
자꾸 모든 마음이 생긴다면!

양재성의 이야기가 있는 노트

마음을 놓아야 참 마음이 생긴다
마음을 버려야 비로소 길이 보인다

사나운 마음을 가지고는
그 어떤 길도 갈 수 없다
멸망으로 가는 길은 이미
길이 아니다
생명으로 인도하는 길은
제 마음을 놓고
모든 마음을 얻은 자들의 몫이다

12월, 비움달이다
자기를 비우고 바침으로 우주가 된
사람의 아들을 또 고대한다

(1202, 가재울에서 지리산)

   

기다림

곽재구

이른 새벽
강으로 나가는 내 발걸음에는
아직도 달콤한 잠의 향기가 묻어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 중
눈빛 초롱하고 허리통 굵은 몇 올을 끌어다
눈에 생채기가 날 만큼 부벼댑니다

지난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강둑에 매인 채 출렁이고
작은 물새 두 마리가 해 뜨는 쪽을 향하여
힘차게 날아갑니다

사랑하는 이여
설령 당신이 이 나루터를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다 해도
내 기다림은 끝나지 않습니다

설레이는 물살처럼 내 마음
설레이고 또 설레입니다.

양재성의 이야기가 있는 노트

기다림은 설레임이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절실한 기다림일수록 만남의 기쁨도 크다
오시는 그분을 알아보려면
민들레처럼 절실하게 기다려야 한다

시방 우리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안에 우주가 있음을 간파하고
우주적 존재로 살아간 사람이다
나도 너도 우주적 존재라고
목에 핏줄이 서도록 소리친 신의 아들이다
제국의 노예가 아니고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아간 사람의 아들이다

12월, 비움달 첫날이다
그분을 위한 빈방을 준비하련다

(1201, 가재울에서 지리산)

곽재구 이른 새벽 강으로 나가는 내 발걸음에는 아직도 달콤한 잠의 향기가 묻어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 중 눈빛 초롱하고 허리통 굵은 몇 올을 끌어다 눈에 생채기가 날 만큼 부벼댑니다 지난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강둑에 매인 채 출렁이고 작은 물새 두 마리가 해 뜨는 쪽을 향하여 힘차게 날아갑니다 사랑하는 이여 설령 당신이 이 나루터를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다 해도 내 기다림은 끝나지 않습니다 설레이는 물살처럼 내 마음 설레이고 또 설레입니다.

   

그대에게 가는 길

안도현

그대가 한자락 강물로 내 마음을
적시는 동안 끝없이 우는 밤으로 날을
지새우던 나는 들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밤마다 울지 않으려고
괴로워하는 별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래오래 별을 바라본 것은
반짝이는 것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어느 날 내가 별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헬 수 없는 우리들의 아득한
거리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지상의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길들을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해 뜨는 아침부터 노을 지는 저녁까지
이 길 위로 사람들이 쉬지 않고
오가는 것은 그대에게 가는 길이
들녘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랍니다

양재성의 이야기가 있는 노트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길이다
길 아닌 것이 없다
하지만 걷지 말아야 할 길은 있다
그러니 먼저 난 길을 살피고
정직하게 길을 가야한다
길을 내면 그 길이 우리를 이끈다
그대에게 가는 길이다
매일매일 전심으로 길을 낼 일이다
그러면 언젠가
주인께서 그 길을 걸어 오실게다

(1130, 가재울에서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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