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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 작은 희망을 위하여
어려운 네팔 장애인 만나 '희망' 준다
2018년 01월 22일 (월) 09:52:12 이수호 president1109@hanmail.net

정초에, 귀촌해서 살고 계신 오충일 목사님께 새해 인사도 드릴 겸, 친구 몇과 양구를 다녀왔습니다. 누굴 기다릴 겸 차도 한 잔 마시려고 양구 버스터미널 가까운 찻집에 들어갔지요. 실내가 깔끔했고 찻값도 착했습니다. 우리는 취향대로 차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주문 받는 종업원이 조심스럽게 특별한 안내판을 가리키며 읽어보라는 눈치였습니다. 거기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우리 찻집은 장애인과 함께 일하고 있어서 차가 조금 늦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그러고 보니 같이 일하는 젊은이의 몸이나 표정이 조금 어색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무척 진지하고 정성스러웠습니다. 우리는 자리에 앉으며 누구라 할 것도 없이 표정으로, “예, 괜찮아요. 우리 늙다리들은 많은 게 시간이랍니다. 염려 마시고 천천히 하세요.” 하면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찻집을 참 잘 들어왔다는 느낌이 따뜻한 봄바람처럼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었지요. 마치 우리가 무슨 대단히 훌륭한 일이라도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면서 며칠 전 보내온 제자 류흥주의 카톡 메일이 떠올랐습니다. “선생님 날이 춥습니다. 저는 1월 23일부터 30일까지 네팔 카트만두에 갑니다. 그곳 장애인들의 인식개선을 위해 장애인들을 만나러 갑니다. 특히 장애아동의 교육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습니다.”

류흥주의 목사이며 뇌성마비 중증장애인입니다. 그 교단의 최초의 중증장애인 목사라네요. 50초반인데 몸이 점점 쇠약해져서 이제는 휠체어에 몸을 묶고 활동보조인의 도움으로 겨우 움직입니다. 스스로 손을 들어 악수조차 할 수 없는 몸이라, 내가 다가가 휠체어에 고정된 손을 잡으면 얼굴근육이 비틀어지며 함박웃음을 웃습니다. 말소리도 약해서 쉰 듯한 목소리가 겨우 나옵니다만, 고성능 부착용 마이크를 사용하여 말을 하는데, 설교할 때는 혼신의 힘을 다해 창자에서부터 뽑아 올리는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기까지 합니다. 마포구 망원동에 ‘너와나의교회’라는 장애인교회를 개척해 목회를 하고 있는데, 휠체어 탄 뇌성마비 중증장애인만도 40명이 넘는, 서울에서 몇 안 되는 장애인교회 중 하나입니다.

류흥주는 지금은 어렵게 목사가 되어 목회활동을 통해 장애인운동을 하고 있습니다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뇌성마비장애인인권협회 회장으로 당사자로서 장애인운동의 맨 앞자리에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리프트에서 떨어져 죽은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 이동권 쟁취 싸움을 시작할 때도 박경석 등과 함께 선두에 있었고, 지하철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때까지 끈질기게 싸웠습니다. 중증장애인 무기여 연금법 제정을 주장하며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여 가족의 의무부양 제도를 무력화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장애인운동을 하면서 류흥주가 제일 강조하는 것은 장애인들의 자활과 당사자운동입니다. 힘들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장애인도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일하고 스스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자는 것이지요. 우리 사회와 국가가 조금만 인정하고 배려하면 가능하다는 것이 류흥주의 생각입니다.

그런 류흥주가 이 추운 겨울 네팔로 간다네요.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인, 네팔의 장애인들을 만나러 간답니다. 중증장애인 대부분이 집안에 갇혀, 감옥 아닌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우리보다 더 어려운 나라의 장애인들을 만나, 경험도 나누고 작은 희망이라도 주고 싶답니다. 그리고 지구의 최고봉 에베레스트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직접 바라보는 꿈을 이루기 위해, 휠체어에 몸을 묶은 채 비행기에 오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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