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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위 까치집
촛불혁명은 전진하고 있는가?
2018년 03월 05일 (월) 11:54:54 이수호 president1109@hanmail.net

촛불혁명은 전진하고 있는가? 시민들은 묻는데 그래도 새해가 됐다. 1월 초 어느 날 그날도 흐리고 추웠다. 오랜만에 젖은 어깨를 세우며 서초동 사무실로 갔다. 사무실 앞 건널목 빨간불 앞에서 엉거주춤 섰는데 맑은 까치소리 들렸다. 도심 잎 떨린 가로수 플라타너스 높은 가지 사이에 까치 한 쌍, 한 놈은 꽁지를 깝죽대며 까악거리고, 마른 잔가지 물고 막 한 놈이 내려앉는데, 아, 까치집을 짓고 있었다. 공사 시작한 지 며칠 짼지 얼기설기 바닥 공정이 제법 진행되고 있었다. 추위 탓하며 겨울 걱정만 하며 “봄은 아직 멀었구나.” 그러고만 있었는데, 이 도회의 회색 거리 어디에서 물고 왔을까 저 나뭇가지들, 까치 한 쌍 새끼 기를 둥지를 준비하고 있었다. 새봄을 만들고 있었다.

   

우수 날 얼음도 풀린다는데, 온갖 소음 매연 인간 군상의 허위 위선 비밀까지도 굴뚝 연기처럼 흐르고 있는 거리, 그래봤자 주변 빌딩 허리에도 못가는 강남 도심 가로수 위, 정초부터 얼키설키 짓기 시작하던 그 까치집, 아직도 차고 매운 골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흔들려도 부서지지 않을 만큼 둥그렇게 자리 잡고 있었다. 까치 한 마리 빌딩 사이에서 또 어디서 캐온 봄 한 가지를 물고 내려앉고 있었다.

겨울올림픽도 끝나고 정월 대보름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남은 추위가 얇아진 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래도 살갗에 와 닿는 바람 끝은 부드러웠다. 아, 그 까치집도 보름달이었다. 돔 지붕까지 공사가 끝나 둥그런 달덩이 하나, 흔들리는 나뭇가지 위에 덩그러니 올려놓고 있었다. 문은 어느 쪽일까? 아침햇살 먼저 받는 동쪽일까? 아님 남으로 창을 냈을까? 즐거운 상상의 머리 위로, 어디선가 그 까치 날아와 까치집 가까운 가지에 앉는다. 입에 하얀 뭔가를 물고 있다. 깃털이었다. 아마 내장공사가 끝나지 않았나 보다.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를 포근하고 따뜻한 방이 필요했나 보다. 근데 어디서 물고 왔을까? 어느 양지바른 돌 틈, 막 생을 끝낸 다른 어느 새의 쓸쓸하게 날리고 있는 하얀 깃털 하나, 그 깃털이 새로 깨어날 벌거숭이 새끼의 따뜻한 잠자리가 되어주는 걸까?

내일이 3월인데도 흐리고 추워 봄 같지 않은 출근길, 서초동 사무실 앞 건널목 빨간불 앞에 가로수 정비 구청직원들이 까치집을 쳐다보고 있다. “저 까치집이 있는 가지는 어쩌죠?” “그냥 베어버려! 똥만 싸는 놈들...” 그것도 모른 채 까치 한 쌍, 부지런히 뭔가 작은 것들을 물고 들락거리며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다. 매연 속에서라도 소음 속에서라도 집을 짓고 알을 낳고 새끼도 기르고, 그렇게 어떻게든 같이 살아보려 애쓰는 도심 횡단보도 앞 가로수 위 까치집, 때 아닌 톱질소리에 흔들리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 위, 자기 집에서 쫓겨난 까치 두 마리 얼기설기 집을 짓고 모진 겨울 지나고 봄을 맞고 있다. (주)파인텍 노동자 박준호, 홍기탁이다.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해고당하고 아예 공장마저 없어져버렸다. 내려와 봐야 갈 곳도 없고 더 올라 갈 곳도 없는 곳에서 그래도 아침마다 까악거린다. #촛불혁명은 전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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