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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평화로운 삶, 그것이 통일
3말4초 나의 봄나들이
2018년 04월 09일 (월) 09:57:50 이수호 president1109@hanmail.net

3월 30일은 진달래꽃 개화시기가 청주를 지나 북진을 서두르고 있었고,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담벼락에는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단식농성 30일째인 김득중 위원장은 쌍용 자동차 정문 앞 두어 평 남짓 컴컴한 천막 안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반쪽이 된 핏기 잃은 얼굴은 검었고 허리는 꺾여 있었습니다. 아 그러나 눈빛은 너무나 맑고 형형해서 그렁그렁 빛나고 있었고, 지친 듯 희미했으나 은은한 미소는 너무도 부드러웠습니다. “같이 삽시다.” 등 뒤 배경으로 걸어놓은 펼침막 위의 글씨가, 그 눈빛과 미소 속에서 방문객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회사는 법률에도 우선한다는 노사 단체협상을 통한 복직합의를 무시하고, 오히려 선별을 통보하여 이간질하고 무릎 꿇리려 하는데, 노동자로서 조합원으로서 지부장으로서 그것만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분투”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우분투. “다른 사람이 슬픈데 어떻게 내가 기쁠 수가 있죠? 나는 곧 우리, 네가 있어 내가 있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프리카 어느 작은 부족의 외침이랍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따사로운 진짜 노동자의 봄이, 그 천막 안에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3월 31일은 경원선 기차를 탔습니다. 오랜만에 미세먼지 수준도 보통으로 떨어져, 날씨도 청명하고 하늘도 맑았습니다. 남북 간 끊어진 철도라도 이어서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자며 나선, (사)평화철도 회원 90여 명이 봄나들이 겸 경원선 열차를 타고, 북으로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자고 나선 것입니다. 서울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광주에서 온 시인, 부산에서 온 노동자, 안산에서 온 가족들도 있었습니다.

서울역을 출발한 기차는 청량리 의정부 동두천을 지나 북으로북으로 달려, 소요산 연천을 거쳐 철원평야 들머리 백마고지역에서 멈췄습니다. 기차로는 더 이상은 갈 수가 없었습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 남과 북에 각각 다른 정부가 들어서고 한반도도 허리가 잘리며 철길도 끊긴 것이지요. 벌써 70년이나 지났습니다.

우리는 버스로 갈아타고 더 북쪽으로 달렸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넓은 철원평야는 봄기운이 넘실대고 있었고, 벌판 한 복판 밭 사이에는, 그때의 번창했던 철원역을 떠올리게 하는 녹슨 열차신호기가 바람을 맞고 쓸쓸히 서 있었습니다. 좀 더 북쪽으로 달려 남방한계선 철책 바로 아래 월정리역에 도착했습니다. 역사가 용케 파괴되지 않은 채 폭격으로 부서진 녹슨 기관차와 함께 그날의 얘기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 땅은 지척이었습니다. 뛰어내려서 달리면 금방이라도 팔 벌리며 맞아 줄 것만 같은, 북쪽 초소가 눈앞에 가까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 총 겨누며 두 눈 부릅뜬 병사들만 상대방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심리전으로 틀어놓은 시끄러운 방송 노래 사이로 산비둘기 한 쌍이 아무렇지도 않게 푸르르 북으로 날아간 사이, 북에서 남으로 찰랑거리며 흘러오는 한탄강 가에, 쇠두루미떼가 다리를 들고 한가로이 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4월이 되었습니다. 1일은 일요일이었고 부활절이었습니다. 교회 가는 차속에서 페이스북에 올라온 김득중 위원장의 글을 읽었습니다. “(전략)저는 오늘부터 단식을 중단하려 합니다. (...) 살아서 싸우렵니다. 해고의 아픔이 없는, 모두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싸우겠습니다.(후략)” 네 번째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 32일 만에, 더 큰 싸움을 위해 단식을 멈추고 부활하는 김득중을 만났습니다. 진달래꽃 붉은 개화시기가 서울까지 밀고 올라와 온 산이 진달래 산천이 되었습니다. 양지바른 산등성이마다 불타고 있었습니다.

또 이날 저녁 평양 대동강지구 동평양대극장에서는,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 - 봄이 온다’가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참석자 모두가 뜨겁게 손잡고 같이 부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습니다. 뉴스를 통해 보면서 이게 통일이구나 했습니다. 함께 사는 평화로운 삶, 그것이 통일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전날 평화열차를 타고 달리며 불렀던 노랫말이 떠올랐습니다. “모두가 침목되어 우리 함께 철길 되자. 민통선이 웬말이냐 비무장지대 길을 내자. 남북은 본래 하나 우리 마음 끊어진 적 없으니 아리아리 달려가자 우리는 평화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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