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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사람들과 함께 우십시오!
강제집행에 맞서는 342번째 촛불기도회
2018년 05월 09일 (수) 16:34:16 김준표 siram3@hanmail.net

   
▲ 불법강제집행으로 철거민 4명이 고립된 장위7구역

“우리사회는 토지강제수용을 통한 강제철거로 힘없는 사람들을 내어 쫓고 부를 축적해 온 피눈물 나는 역사입니다. 군부독재 시대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토지강제수용은 여전히 변함없이 힘없는 사람들을 쫓아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우리는 법과 경제활동이라는 가면 속에 숨겨진 강도의 본질을 분명히 보아야 합니다. 이윤이 남는 것이라면 사람의 존엄과 인권을 짓밟아 버리는 강도의 실체를 보았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강도의 정체를 드러내고 고발해야 합니다. 얼마나 악랄하게 돈을 위해서라면 사람의 생명도 가치도 다 버리고, 폭력과 협박으로 사람들을 삶의 보금자리에서 쫓아내고, 돈의 바벨탑을 쌓고 있는 자들의 정체를 드러내고 고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드러난 강도들이 더 이상 강도질을 못하도록 막아서야 합니다. 저항해야 합니다. 강도만난 이웃과 연대해야 합니다. 여기에 살고 계시는 조한정님의 가족이 강도만난 우리의 이웃입니다. 하나님은 강도 만나 고통가운데 신음하는 이들과 함께 우는 자가 되라고 이야기합니다. 가족들과 함께 잘 살고 있는 집을 비우고 말도 안 되는 보상금으로는 갈 데도 없는 데, 집을 비우고 나가라고 협박 속에서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김영진 목사의 설교중)

   
▲ 강원생명평화기도회, 하늘평화공동체 등 많은 이들이 기도회에 함께 했다.

342번째 목요촛불기도회는 뉴타운재개발 장위7구역에서 열렸다. 이곳은 작년 11월에 법원 강제집행에 맞서 명도를 거부하던 조한정씨가 할복을 시도해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곳이다. 그러나 그 이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명도를 거부하던 30~40명 정도의 조합원들마저 이 지역을 떠났다. 현재는 조한정씨 부부와 공장세입자 몇 명만이 남아 여전히 조합에 맞서 외롭게 싸우는 철거현장이 되었다.

노동절이었던 5월1일, 강제집행과 진압을 시도하려는 조합과 용역에 맞서 건물 안에서 농성하던 철거민 4명이 조합에 의해 완전히 고립되었다. 조합과 용역은 건물의 1,2층을 침탈했고, 전기를 끊어버렸으며, 농성자들은 교회첨탑 옥상으로 내쫓겼다. 촛불기도회가 열리는 지난 3일 저녁에는 재개발 현장을 완전히 봉쇄하여 외부인들과 철거민과의 만남 자체도 가로막았다. 농성장 앞에서 철거민들과 함께 하고자 했던 기도회는 봉쇄된 재개발지역 바깥에서 철문을 사이에 두고, 조한정씨와 연대자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겨져 진행 될 수밖에 없었다.

   
▲ 현장증언을 하는 연대자 신희철씨 (노동당 성북구당원협의회 부위원장)

재개발지역에서 반복되는 부당하고 불의한 철거민문제는 첫째, 재개발조합에게 독점적으로 주어지는 토지강제수용권에 기인한다. 재개발사업에서 주민의 75%만 동의하면 나머지 25%의 주민들은 자신들의 의지에 상관없이 집과 건물, 토지를 재개발조합에게 강제로 빼앗겨도 법에 하소연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명도소송에서 조합이 진 적이 없다고 한다. 명도소송 뒤에 조합은 법원 집행관의 비호와 용역의 강제력을 통해 재개발에 동의하지 않는 주민들을 내쫓는 것이다. 둘째, 토지강제수용을 통해 주민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실거래액의 절반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설상 보상이 조금 더 주어 진다해도, 평생 자신이 일구었던 소중한 생활과 경제활동의 터전이 되는 곳을 떠나 서울 안에서 그만큼 안정적인 곳으로 수평이동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합에 의해 제시되는 보상 금액은 한 가족이 오랜 시간 쌓아 왔던 정신적 가치는커녕, 경제적 가치조차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셋째, 건물주와는 별도로 세입자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영업손실보상비와 이주비용으로 제시되는 금액 또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 이 문제는 장위동 96-14, 2층 공장세입자 장수니트 대표자 고(故) 공종영 씨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는 2001년 9월, 1억4천만원에 달하는 기계4대를 포함하여 여러 설비를 투자하고, 100평이 넘는 공간을 건물주로부터 임차하여 공장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장위7구역 재개발이 강행되고 조합이 영업손실보상비로 책정한 것이 39,500,000에 불과했다. 2018년 2월 25일, 고(故) 공종영씨는 “재개발 개새끼들, 날강도 도둑놈들, 개새끼들, 어떡합니까. 어떡합니까”라는 절규를 유서로 남기고 공장 안에서 목매 자살했다.

   
▲ '인간의 노래' 부르며 힘을 실어준 하늘평화공동체 성도들

우리사회는 지금껏 ‘공익사업’이라는 명분과 ‘토지강제수용법’등 다양한 법을 앞세운 폭력과 협박으로 원주민들과 세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며 재벌과 가진 자들의 이익을 옹호하여 왔다. 재개발을 통해 발생하는 그 막대한 이윤이 누구에게 집중되는지 보면 이 부패한 재개발사업의 구조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이제는 개발이익을 사람보다 우선하는 비인간적이고 천박한 개발 자본주의를 청산할 때이다. 자본과 권력이 주도하는 도시 재개발이 아닌, 주민 스스로 공동체성을 회복하며 마을을 살리는 도시재생운동이 확산되어야 한다.

   
▲ "우는 사람과 함께 우십시오!" 말씀을 전하는 김영진 목사(하늘평화공동체)

이날 기도회는 서로 만날 수 없는 처지에서, 공사차량과 버스가 사나운 소리로 오가는 도로변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기도회 참가자들은 더욱 뜨거운 마음으로 하나님께 탄원의 기도를 드렸다.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들려준 조한정씨의 현장의 증언은 함께 한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얼마 전에 32년 전 아버지가 심으신 마당의 감나무가 말라주었습니다. 작년까지 수백 개의 감을 나눠 먹었는데, 집이 철거되기 전에 먼저 죽은 것 같습니다. 매순간 죽고 싶고, 끝내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한예종 학생들과 연대하는 분들의 눈망울을 보면 참고 견디어 꼭 이겨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를 위해 슬퍼하거나 기도하지 마십시오. 이 나라가 병들었는데 내 몸 병든 것을 생각해서 뭐합니까. 저는 지금 누구보다 행복합니다. 동정 받을 입장이 아닙니다. 지난번 죽으려고 했을 때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는데, 지금은 너무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복을 받고 있습니다. 저에게 달려와 힘내라고 손을 잡는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하나님의 은총을 느끼고 있다. 30년 떠나있던 교회를 다시 찾아갈 때가 왔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나님과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 장위7구역에 마지막 남은 주민, 조한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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