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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감옥을 찾는 사람들
취업사기 당하고 올라온 청년 실업자였다
2018년 05월 14일 (월) 09:53:07 이수호 president1109@hanmail.net

지난 4월 1일, 부활절을 즈음하여 78세 고령의 문정현 신부님께서 스스로 감옥에 갔습니다. 2011년 한진 중공업 정리해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희망버스를 타고 항의했는데, 그것이 약식기소 되어 벌금 80만 원이 확정되었고, 벌금 대신 하루 10만 원씩 8일 간의 감옥살이를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촛불혁명에 앞장섰던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은 3년 째 감옥에 있었고, 복직 약속을 지키지 않는 회사에 항의하며 쌍용자동차 김득중 지부장은 단식 25일의 목숨을 건 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길 위의 신부라 불릴 만큼 투쟁에 앞장 서 온 신부로서 벌금이나 물고 편안히 지낼 수가 없었던 거지요.

   

며칠이 지난 4월 13일에는, 핸드백을 하나 훔치고 벌금 150만 원을 선고 받은 한 사내가 스스로 서울구치소로 들어갔습니다. 기초생활 수급자인 그는, 한 달에 70만 원 받는 수급비로는 벌금 150만 원을 감당할 수가 없어, 스스로 15일 간의 감옥살이를 선택한 것이었지요.

그런데 그는 신부전증 환자였습니다. 돈이 없어 병원 진찰도 겨우 받는 그에게, 의사는 수술을 해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돈이 없어 수술 받을 수 없다고 하자, 의료진은 기초생활 수급자이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긴급지원의 내용을 찾아 주었고, 그 덕분에 가까스로 수술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며칠 더 요양을 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권유를 뿌리치고 그는 퇴원을 했습니다.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었던 것이었지요.

퇴원한지 4일째 되는 날 그는 감옥을 선택했는데, 어쩌면 구치소가 병든 몸 지내기가 더 좋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는 구치소노역장에 들어간 지 이틀 만에 반죽음이 되어 병원으로 옮겨졌고, 결국 거기서 죽고 말았습니다. 그는 향년 55세의 대한민국 국민 김 아무개였습니다.

며칠 전 5월 5일, 국회 현관 앞에서 사흘 째 단식 중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성태에게 한 젊은이가 찾아갔습니다. 사정거리에 이르자 이 젊은이는 잽싸게 왼쪽 주먹으로 김성태의 턱을 날렸습니다. 가격은 정확했으나 주먹 세기는 별로였습니다. 엉겁결에 놀란 김성태는 턱을 감싸며 나동그라졌고, 이 젊은이는 주변에 있던 많은 사내들에 의해 바로 제압당했습니다. 황급히 달려온 119 구급차에 실려 가는 김성태는 묘한 표정이었고, 검사 결과 큰 문제가 없다는 담당의사의 소견에도, 김성태의 목에는 반 깁스 의료 장구가 씌워져 있었습니다.

한편 그 자리에서 경찰에 체포 연행된 젊은이의 태도 또한 범상치 않았습니다. 자유한국당을 꾸짖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주소를 묻는 경관에게 “대한민국 시민”이라고 답하는가 하면, 체포해줘서 고맙다는 것이었습니다. 미란다 고지에도 꼬박꼬박 답하면서, 변호사 선임은 필요 없고 변명도 필요 없고 바로 감방에 가겠다고 몇 번이나 외치며, “진짜 살기도 힘들고...” 하며 울먹이는 모습이, 정말 감옥에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감옥에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라도 하나 하고 가자는 듯한 결기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전날 속초까지 내려가서 취업사기를 당하고 올라온 서른한 살 청년 실업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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