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논평 환경/기술 지역/농업 전통/문화 미디어/사람 정보/게시판
  편집: 2018.12.14 금 10:52
> 뉴스 > 시사/논평 > 칼럼 | 이수호의 우리교회
     
스승의 날을 보내며
큰 스승 존재 그 자체로 뿌듯함을
2018년 05월 21일 (월) 10:58:23 이수호 president1109@hanmail.net

저는 매년 5월 15일 스승의 날이 오면 심정이 복잡해집니다. 스승의 날이라고 제가 가르쳤던 제자들이 고마운 인사 연락을 해 오고 꽃바구니를 보내는가 하면 불러내서 맛있는 걸 사주기도 하는데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가가 늘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저는 직업이 교사였기 때문에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평생을 살았습니다. 물론 그 대가로 적정한 액수의 급료도 받았습니다. 저는 교사라는 직업이 제 적성에 맞아 참 재미있고 보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하는 일에 아주 열심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직업으로서의 제 교사의 삶에 최선을 다한 거지, 누구에게 특별히 인정받거나 칭찬받으려 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교사’와 ‘선생’ 그리고 ‘스승’이라는 말이 혼재해 쓰이다 보니, 여러 가지 혼란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스승이란 말은 <훈몽자회>에 보면 불교의 중을 스승이라 하고 있고 지금도 중을 높여 부르는 말로 ‘스님’이란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곧 ‘사(師)님’이었고 스승은 ‘사승(師僧)’에서 온 말이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일찍이 불교가 왕성했던 고려시대부터 쓰던 말인데, 사승이 음운변화를 거쳐 스승이 된 것이랍니다. 그런데 오늘날 스승은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교사라는 뜻만이 아니라, 삶의 지혜까지도 가르치는 정신적인 선생님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고 봐야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학교에서 ‘스승의 날’ 행사를 하는 것은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행사 위주로 진행됨에 따라 교사에 대한 고마움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니라 형식적 절차나 의무감으로, 마치 억지로 강요당하는 느낌이 들어 교사도 학생도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학교에서는 ‘교사의 날’을 두어, 교사들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며 직업교사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며,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저 같이 학교에서 교사로 수업을 통해 국어지식을 가르치고, 담임을 하며 같이 놀아주고, 상담을 통해 얘기나 들어준 인연일 뿐인데 스승으로 대접하며 매년 잊지 않고 찾아주는 것은, 너무 과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받아야 할 대접을 이미 다 받았는데, 졸업 후에까지 잊지 않고 찾아주는 제자들은 내가 아니라 그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든 그렇게 함으로 서로 힘이 되고 기쁘고 행복해 지는 것이니, 참으로 신나고 아름다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염치없이 스승의 날이라고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오면, 최대한 고마움을 표하며 그런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확인시켜 줍니다. 사무실로 꽃을 보내는 친구들도 있는데, 같이 근무하는 다른 분들께 민망스럽기는 하지만, 그 마음을 생각하며 그 친구 얼굴 보듯 바라보며 복을 빌어줍니다. 사실 같이 밥 먹자는 친구들이 가장 반갑죠. 모든 걸 떠나 다시 만나 반가운 얼굴 보며, 그 동안 살아온 얘기나 살아갈 고민을 함께하는 즐거움이 너무 크거든요. 일흔 나이쯤 되니까 더욱 그렇습니다.

저에게도 소중한 스승이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참스승이신 백기완 선생님이십니다. 선생님은 지금도 저를 항상 일깨워주고 가르쳐주고 계십니다. 말씀으로도 그렇게 하시지만, 온 몸 온 삶을 통해 저에게 보여주심으로, 제 삶의 이정표나 등대가 되어주고 계십니다. 스승의 날이면 찾아뵙곤 했는데, 제가 가면 언제나 투쟁 현장의 노동자들이 먼저 와 있었습니다. 작은 꽃 한 송이이지만 정성과 존경의 마음으로 가슴에 달아 드립니다. 그러면 선생님은 미리 준비하신 시대의 증언으로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말씀을 해 주십니다. 흥에 겨울 때는 노랫가락까지 섞어 쩌렁쩌렁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주십니다. 통일문제연구소 선생님 방에 가득 모인 우리는, 큰 스승의 존재 그 자체로 뿌듯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께서 큰 수술을 하시고 겨우 퇴원하셔서 댁에서 가료 중이신데, 면회도 어려운 형편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어쩔 줄 몰라 허둥대고 있는데 한 친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스승의 날을 축하하고 쾌유를 비는 꽃다발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동참했습니다. 저도 함께했습니다.

“선생님, 아니 시대의 스승님! 부디 벌떡 일어나셔서 우리 곁에 오래 계셔주십시오.” 

이수호의 다른기사 보기  
ⓒ 새마갈노(http://www.eswn.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우리 생태공동체마을에서 살아볼까
광풍의 도시
돌아오라 녀석아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 깊다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햇빛이 전하는 그린 크리스마스
슈퍼 베이비(Super Baby)와
거룩한 순례, 동행의 기쁨
어둠의 사람들은 그에게로 갔다
어둠이 땅을 덮었다
정의와 진실구현 역사 바로 알기가...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고 또 모르는 것 투성이다. 나철과...
내 직업 내가 만든다
인류, '호모 데우스'를 꿈꾸다
한국교회 지붕 햇빛발전소 설치를 ...
9월 3일(월) 오후2시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교...
신재생에너지로 90% 전력공급 가...
독자 설계 잠수함 건조
포천 평화나무농장 생명역동농업 산...
온생명살림 기행팀과 함께 평화나무 농장을 방문한 내용을 정리하...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
'호국대성사 서산대제'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대문구 북가좌동 384-19, 성도빌딩 5층 | 전화 : 02-747-3191 | 편집인 010-8413-1415 | 제호 : 새마갈노
등록번호 : 서울 아03061 | 등록일 2014.03.24 | 발행인 : 양재성 | 편집인 : 류기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 류기석
Copyright 2009 새마갈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sw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