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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파트 마당에는
욕망의 두 얼굴, 그 그늘 아래 아주 작은 바램들
2018년 05월 22일 (화) 16:18:13 조희선 heesun821@hanmail.net

어지러운 아파트 집을 나서면 복도는 언제나 깨끗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계단에서, 지하 1층 창고 근처에서, 어쩌면 식구들을 제외하고 제일 자주 만나는 청소 아주머니 덕분이다.

뵐 때마다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할지 몰라서, 날씨 이야기 정도의 짧은 말을 나누거나, 애쓰세요, 정도의 말 밖에 건네지 못한다. 가장 가까이서 우리의 삶을 도와주시는 분께 마땅한, 고마운 마음을 표하지 못하기에 다소 불편하기도 했다. 모처럼 점심 한끼를 함께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만들었다. 늘 그렇듯이 단정하게 드라이까지 한  머리에 나도 한때 즐겨발랐던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계셨다. 코발트색 메니큐어를 바른 손이 고운 것은 의외였다. 

   


어떻게 이 일을 하시게 되었는지 묻자, 아주 가까운 사이처럼(실제로 얼마나 가까운 아이인가!) 자연스럽게 신상을 털어주셨다. 아주머니의 신상은 이렇다. 

50년생, 그러니 우리 나이로 69세, 나보다 7살 많은 언니다.  건강하시단다. 부산에서 서울 올라오신지 20년, 사투리가 안고쳐지신다.  뭐 어떤가? 카랑카랑한 부산사투리는 오히려 거침없어보여 시원스럽다. 서빙고가 고향인 남편, 아저씨가  부산에 있는 조선공사에 내려오셨다. 2년 연애하셨다. 9남매 장남이라 가족들이 고생한다고 반대했으나 '콩깍지가 씌었는지,  좋다는데 어쩔 도리가 있나' 결혼에 골인하셨다. 아저씨는 성실하고,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사람 마음을 잘 알아주는 분이었다. 듣다보니 아직도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으신 것같다. 결혼 후 아래 동생들을 모두 출가시키셨고, 두 딸도 출가시키셨다. 

2집에 있으면 머하나? 병만들지!' 하고 청소일을 시작했다. 아파트 청소 7년째다. 소속은 용역회사, 월급은 그곳에서 나온다. 관리는 아파트 관리소다. 월급은 시급으로 계산된다.

건강보험, 요양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가입되어있다. 산재보험은  용역회사가 부담한다.  고용보험의 경우 65세 이상은 내지 않는다. 맡은 일의 분량에 따라 월급은 개인 마다 약간씩 다르다. 

먼저 일하던 아파트에서 6년 반을 일했다. 근무시간은 9시에서 6시 까지 점심시간 한시간 제외하고 8시간이다. 

그곳이 지금 일하는 곳보다 여러면에서 좋았다. 청소용역회사도 관리소도, 주민들도,  일하는 환경도 그랬다.  동대표 회장이 참 좋았다.

가끔씩 물청소 하는 날이면, '욕 본다'며 음료수나 떡, 과일 등을 가져오며 정을 나눌 수 있는 주민들이 있었다. 관리소장은 용역회사에  관리실에 줄 선물 있다면, 그걸로 기관실 청소아주머니랑 경비 아저씨들한테 드리라고 하는 분이었다. 그러니 용역회사가 명절이면 멸치상자  등을 나눠주었다. 어느날 관리소장이 바뀌고 없어졌다. 동대표 회장은 기관실 직원, 청소아주머니, 경비실 아저씨들한테까지 명절이면 복숭아 상자 등을 선물했다. 심지어 발렌타인 데이면 초콜렛까지 이쁘게 포장해 휴계실에 와 건네주었다.

   


함께 일하는 분들과 가끔 쑥도 캐고 해서 국도 끓여먹고는 했다. 

일하시다가 넘어져 뼈가 피부 밖으로 튕겨져나온 복합골절을 당하셨다. 그곳에서 나와 5개월을 쉬셨다. 보통은 회사 평가 등의 이유로 산재처리를 잘 안해주지만 그곳  용역회사는 그렇지 않았다.1달 입원 5개월 통원치료를 받는 동안 병원비와 임금이 나왔다. 그곳으로 다시 가고 싶었으나 회사는 아주머니의 빈 자리를 채워야했다. 아주머니는 이후 구직활동을 하며 7개월간 91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전 월급은 104만원이었다.

고용보험의 경우,  65세 넘으면 8개월 까지 월급을 받을 수 있다. 매달 한 번 한 시간 교육받고, 구직활동을 증명하는 명함을 제출해야 한다. 65세 이후라면  2달간 명함 제출 없이, 교육만 받으면 된다. 교육받은 다음날 통장으로 입금된다.  

7개월 만에 구직했다. 이곳에 오기전 5개월 다른 곳에서 일했다. 그곳도 괜찮은 편이었는데 버스를 타고 다녀야하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해서, 걸어다닐 수 있는, 이곳으로 다시 옮긴지 5개월 됐다. 

아파트마다 분위기가 다 다르다. 이곳 분위기는 좀 딱딱하다. 용역회사의 경우, 올해 최저임금이 오른 뒤, 근무시간을 30분 줄였다. 9시 출근, 5시 30분 퇴근이다. 근무 시간은 줄었어도 맡은 청소 구역은 같기 때문에 전과 같이 8시까지 출근한다. 항의하면 누가 일찍 오라고 했냐?, 책임없다, 라고 한다. 월급은 48000원 올랐다.

어느 아파트나 그런건 아니다. 알아보니 먼저있던 곳은 오른 시급으로 6시간 그대로 일한다. 아주머니 말을 듣고 내가 근무시간 30분 줄여서 용역회사가 얻게 되는, 반대로는 아주머니들이 불이익받는 금액을 계산해보았다. 한 분당, 하루 30분 주 6일, 4주면 720분 12시간 12×(시급)7530= 90360 원이다.

7명계시니, 전체 절약임금은 90360×7=632520 원이다. 아주머니 경우 청소영역이 조금 많아 다른 분보다 2만 원 더받아 111만 원. 받으신다. 

지금 일하는 아파트도 3년 전까지는 이전에 일하던 아파트와 같은 용역회사가 청소를 맡았다. 그때는 월급도 먼저 일하던 곳보다 20000 원 많았다.

3년 전 낙찰에서 떨어졌는지, 지금의  용역회사로 바뀌었다. 그리고나서는 월급이 줄어 지금은 먼저 일하던 아파트보다 월급이 더 적다. 청소용품도 자꾸 줄인다. 

주민의 경우, 조금 딱딱하다고 할까! "수고하십니다"라는 주민의 말한마디가 힘이 되고, 당연히 내 일로 생각하니, 열심히 한다.

인사하는 게 내 습관이라 어른이고 다 아들이 다 받아주고 한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주민들이 자신들의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다만 청소부로. 어딘가모르게 우리를 많이 낮춰본다고 느낀다. 

사실 100프로 청소라는게 없다. 닦고 돌아선 뒤 누구 한사람 커피만 쏟거나 침 한 번 뱉으면 청소하지 않은 것같이 보인다.

그때마다 주민들은 바로 관리실에 신고하고, 관리실은 바로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 청소하라고 한다.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 여기는 유리문도 매일 닦아야 하고, 자전거 밑도 매일 쓸고 닦아야 한다. 다른 곳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 했다. 정작 주민들은 담배꽁초를 창틀에 박아놓거나 계단에 비벼놓곤 한다. 엘리베이터 벽에 가래침도 뱉는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소장한테 건의해서 엘리베이터 벽에 종이에 써붙였다. "침 뱉지 말고, 담배꽁초도 버리지 말고, 깨끗한 우리동 만듭시다." 어떻게 하면 효과가 있을까?, 남편과 함께 효과적인 문구를 생각해가면서까지 20장 복사해 붙였다. 그런 사람이 그러는건지 뜯어냈다. 또 붙이니 또 뜯어냈다. 눈과 낙엽 청소는 정말 힘들다.

외곽 청소 담당이 따로 있다. 주로 주차장과 회단을 담당한다. 먼저 있던 곳은 외곽 담당 두 분이 있어서 우리들은 바깥 청소는 하지 않았다. 이곳은 한 분 있다. 그러니 혼자 낙엽과 눈까지 치울 수없다. 우리들도 다같이 해야 한다. 내가 오기 전에 청소하시던 분이 일을 그만 두시면서 내가 왔는데, 그 분도 낙엽이 너무 많아 일을 그만 두었다고 한다.  

낙엽부터, 눈부터 다 치운 뒤 담당 동 청소를 하는데 정말 힘들다. 월요일마다 출근하면 30분도 못쉬고 바로 청소 시작해야 한다. 

내가 "근무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하시고 일 끝나는대로 퇴근을 하셔야지요" 라고 거들었다.

그러자, 요일마다 일할 곳이 딱 정해져서 맞춰해야하다, 그러니 그렇게 덜 할 수가 없다, 고 말하는 아주머니에게서 도무지 야박한 곳이 보이질 않는다. 

   

늘 지하1층 창고같은 곳으로 들어가시는 것을 보았기에 휴계실에 대해 여쭸더니 답해주셨다. 그렇지 않은 곳도 있지만 대체로 아파트는 다 휴게실이 있다. 올해부터 정부가 휴계소 시설 기준을 강화했다.  인원에 따라 방 싸이즈를 규정했다. 그래서 방 사이즈 재러왔다갔다.

이곳 공간은 좋다고,  냉장고도 있다고,(반찬을 넣어놔야 하니까) 재활용으로 버려지는 상을 갖다놓고 둘러앉아 밥도 먹는다고, 바닥은 전기 온돌이라 따뜻하다고, 점심 후 돌아가며 설거지를 담당하니까 설 겆이할 계수대도 있다고,  하시는 아주머니께"

창은 있는지,  공기청정기나 에어컨이 있는지, 라고 물었다. "그러면 좋지, 그런데 비싸잖아. 선풍기나 한 대 더있으면 좋겠어. 하긴 재활용으로 버린 거 하나 가져오면 돼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주머니의 바램은 지나치게 소박했다. 

낙엽과 눈 청소만 안 할 수 있다면. 사람이 기분이란게 있어 일년에 두 번 명철, 식용유라도 한 병 정을 나눌 수 있다면. 월급 조금만 올려줘도 관찮으니 자르지만 않았으면. 동대표, 관리소, 용역회사가 조금만 달라지면, 결국 주민들의 마음이 조금만 달라지면 얼마든지 채워질 아주 작은 바램들이었다. 

얼마 전, 바로 아주머니들의 휴게소 옆 벽에는 인근 동네에 장례식장이 세워진다고, 자녀교육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촛불집회를 한다고, 나와달라는 내용의 붙어있는 벽보가 보이더니,

요즘 아파트 마당에는,
"7000억 투자의 5000여 명 일자리 창출하는 DMC 쇼핑몰 유치에 삼개 구 (마포. 은평. 서대문) 국회의원은 집값 즉각 앞장서라"는 플래카드가 매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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