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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그림자 부끄럽지 않은 사람
어떻게 하면 그림자가 예뻐질 수 있을까
2018년 06월 04일 (월) 09:51:56 이수호 president1109@hanmail.net
신흥사 법당 앞에서 열렸던 설악당 무산대종사 조오현 스님의 영결식에 다녀왔습니다. 일찍이 신흥사 주지를 지내시고 신흥사 조실 스님으로 평생을 수행정진과 함께 전법교화에 헌신하시면서 시조시인으로 아름다운 시도 쓰시고 현대불교문학에도 많은 공덕을 끼치셨습니다.

특히 스님은 알게 모르게 주변의 많은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을 주셨는데, 우리 전태일재단과도 그렇게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우리 전태일재단이 전태일기념사업회 시절 살림살이가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스님께서는,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백담사나 봉정암에도 얘기해서 전태일기념사업회를 돕도록 했습니다. 모두 합하면 상당한 금액을 매달 보내주어서, 전태일정신을 이어가는 사업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이지요. 또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이 아들의 유지를 받들어 어려운 노동자들을 위해 평생을 애쓰며 살아가시는 모습을 보며, 스님께서 만드신 ‘만해사상실천선양회’의 ‘만해대상’을 받도록 배려하는 한편, 거액의 상금으로 전태일기념사업회에 도움을 주기도 하셨습니다.

이에 고마운 인사를 드리기 위해 이소선 어머니께서 신흥사를 방문하려 하였으나 스님께서는 “보잘 것 없는 일에 산중까지 오실 일 없다”고 하시고, 당신이 서울로 가실 때 뵙겠다하시며 겸손히 이소선 어머니의 불편을 들어 드렸답니다. 그런데 이소선어머니께서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자 스님께서는 어머니 영결식에 조용히 참석하셔서, 만나자던 약속을 그렇게 지키며 명복을 빌어 주셨습니다.

우리 재단에서 몇 년 전, 이런 인연이 귀하고 받은 은혜가 고마워 백담사와 봉정암을 방문하여 인사도 드리고 고마움을 표하려 했으나, 여전히 완곡하게 거절하며 마치 자기가 하는 일이 들켜 부끄럽다는 듯한 태도에 우리가 도리어 무안했습니다. 스님의 권유로 후원금을 매달 보내는 다른 절에서도 “우리는 조실스님 말씀을 따를 뿐”이라며 하나같이 겸손해 했습니다. 예수가 얘기한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할 때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을 실천하고 있어서 묘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생전에 감사 인사도 못 드린 오현 스님의 영결식에 재단을 대표해 참석하며 스님의 삶과 말씀을 되돌아보며 많은 감동과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1989년 양양 낙산사에서 정진 중 크게 깨달으시고 읊은 “밤늦도록 책을 읽다가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먼 바다 울음소리를 홀로 듣노라면/ 천경(千經) 그 만론(萬論)이 모두 바람에 이는 파도란다.” 라는 오도송도 그렇지만,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 원적에 드시기 전 남기셨다는 열반송은, 인간의 본 모습과 스님의 깨달음의 경지를 잘 말해 주는 것 같아 스스로 옷깃을 여밀 수밖에 없었습니다.

“천방지축 기고만장/ 허장성세로 살다보니/ 온 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 그렇게 평생을 수행정진하며 겸손하게 선업을 쌓으시며 사시고도 스스로는 ‘천방지축 기고만장 허장성세’로 살았다 고백하며, 그러니 ‘뿔 달린 짐승’이 될 수밖에 없다며 “억!” 하고 돌아가셨으니, 얼마나 높고 깊은 경지이신가? 생각할수록 온 몸에 소름이 돋는듯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강론을 통해 많은 죽비소리 같은 법어를 내리셨는데, 영상으로 잠시 보여주는 내용 가운데 “자기 그림자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라.”라는 말씀은, 나의 어깨를 후려치는 것 같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리고 보니 누구에게나 자기의 그림자가 있습니다. 내 그림자는 바로 나 자신인데, 자꾸 모른다고 하거나 아니라고 우길 때가 많습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기 부정이지요. 최근 범죄행위가 분명한 동료의원의 체포동의안은 부결시키고 가난한 노동자를 더욱 힘들게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통과시키는 국회의원들이나, 재벌의 갑질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고 있는 한진의 세 모녀, 초등학교 때 배우는 민주주의의 요체인 3권 분립도 모르는 전 대법원장 등 법관들, 평화와 정의, 평등이란 말은 아예 모른다며 무조건 딴죽만 거는 일부 야당 정치인들, 이들 모두가 제 그림자가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나도 조용히 내 그림자를 돌아봅니다. 털이 숭숭 나고 뿔이 돋은 못된 짐승의 모습이 보입니다. 부끄럽고 참담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림자가 예뻐질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더 예쁘고 착실하게 사는 길 밖에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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