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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 꽃(梔子)
나도 그런 애뜻한 연애 해보고 싶다
2018년 06월 22일 (금) 16:24:17 박철 pakchol@empas.com

평화공원 분수대 모퉁이 치자꽃이 만개했다.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짙은 향이 코끝에 스민다. 불현듯 청마 유치환의 시 '치자 꽃'이 떠올랐다.

청마 유치환은 남편을 잃고 홀로 사는 시조시인 이영도 여사와 20년 동안 연서를 주고받았는데, 위 시편에서 모시적삼 고운 여인 이영도를 치자 꽃에 비유하였다. 치자꽃은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으며 은은하여 자꾸 그리워지는 꽃이다. 은밀(隱密)하게 정이 깊어 음흉(陰凶)스럽고 그윽하니 언제까지나 지켜보아야 할 것 같은 순백의 꽃이기도 하다.

치자꽃 향기에 의해, 그리운 여인을 떠올리고 해안통 곡마단의 서글픈 인생이 이어지며 으스름 저녁에 자신의 심장을 춤추게 만든다. 여섯 개의 하얀 눈(雪花)에 풍녀(風女)의 음기(陰氣)가 엉겨 있는 치자꽃 모양, 어느 누군들 그리운 여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래서 치자꽃 향기는 ‘은밀한 사랑으로 다가오는, 향내 나는 눈(香雪)의 유혹이자 그리움’이었다.
나도 그런 애뜻한 연애를 한번 해보고 싶다. 꿈 깨라. 이 사람아!

   

치자 꽃_유치환

저녁 으스름 속의 치자꽃 모양
아득한 기억 속 안으로
또렷이 또렷이 살아 있는 네 모습
그리고 그 너머로
뒷산마루에 둘이 앉아 바라보던
저물어 가는 고향의 슬프디 슬픈 해안통(海岸通)의
곡마단의 깃발이 보이고 천막이 보이고
그리고 너는 나의, 나는 너의 눈과 눈을
저녁 으스름 속의 치자꽃 모양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이렇게 지켜만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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