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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이름으로
노동자 살 길은 단결이다
2018년 07월 07일 (토) 09:59:30 백창욱 baek0808@hanmail.net

이인휘 지음, 『노동자의 이름으로』, 양봉수 열사 평전소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완전히 몰입했다. 읽으면서 눈물이 뚝뚝 흘렀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 중 열사는 실존인물이고 나머지는 허구라지만 거의 레알이다. 다 읽은 소감은 무거운 마음이다.

   

양봉수열사는 현대자동차 해고노동자이다. 신차생산에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탄압에 저항하다 해고됐다. 그 후 계속 현장조직 활성화를 위해 투쟁하다가 1995년 5월 12일 분신하였다. “민주노조 만들자고, 조합원 곁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외치면서. 그리고 6월 13일 숨졌다. 이렇게 자기 몸을 불사르며 노동자의 자존감과 권리를 깨우쳤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자본과 정권의 집요한 회유와 공작, 공권력의 폭력에 번번이 노동해방은 무산되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현대자동자 노조의 권리투쟁은 한 번도 제대로 이긴 적이 없다. 시작할 때는 뜨거웠던 투쟁결의도 교활한 자본과 정권의 공권력 앞에서 늘 흐지부지되었다. 투쟁 때마다 빵빵했던 풍선이 바람 빠지듯 대오가 줄어드는 현상을 반복했다.

현실조건에 쉽게 굴복하는 위원장과 조합원들을 보면서, 양봉수 열사는 죽음을 앞두고 노동의 문제를 넘어 인간이 무엇이냐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뒤따르는 패배의 후유증은 고스란히 노동자가 짊어져야 했다. 구속, 수배, 해고, 손배소가 뒤따랐다. 노동해방을 외치며 자본과 정권에 맞서 가열차게 투쟁했던 노동조합은 이제 순한 양이 되어 귀족노조로 변신해 버렸다. 귀족노조는 노동자의 권리를 앞장서서 주장하기보다는 회사와 노동자 사이의 거간꾼으로 변질해 버렸다. 그리고 또 다른 권력으로 노동자 위에 군림하고 있다. 뜨거웠던 민주노조는 이제 전설이 됐다. 사실 민주노조마저도 노동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직권조인으로 노동자를 배신해서 어용보다 더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누구보다 앞장섰던 노동자들은 열사가 되어 일찍 세상을 뜨거나, 자본과 정권의 폭력에 깊은 내상을 입어서 겨우 자신을 지탱하거나, 가정이 깨지거나, 여전히 해고자 신분으로 고단한 삶을 이어가거나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어 차별철폐를 외치고 있다. 양봉수열사가 자기 몸을 불사르면서 지키고자 했던 노동자의 주체성은 애시당초 사라졌다.

마음을 무겁게 한, 두 가지 사례. 하나. 정리해고 이후 사측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쉬는 시간에 이용하는 의자조차도 모두 없앴다. 작업자들은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만 할 때도 조장의 눈치를 봐야 했다. 신문을 보거나 커피 마시는 것 역시 현장에서 허락되지 않았다. 1987년 이전 무노조 시절 그리고 1995년 이영복 어용노조 시절처럼 조장과 반장의 권위가 다시 하늘을 찌르는 때가 되었다.(450쪽)

둘. 노조가 자기중심을 갖고 사람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연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울타리 안에서 그들이 주는 밥그릇에 코를 박고 사는 노조로 변해왔다는 겁니다. 우리의 그런 모습을 보고 다른 노동자들이 ‘귀족노조’라고 비난하죠. 그게 단순히 임금이 높아서 그런 게 아닙니다. 만일 임금이 높고 대우가 좋다는 것만 보고 비난한다면 그건 질투와 시기심일 뿐이겠죠. 기업이 줄 수 없는 임금을 주고 해줄 수 없는 대우를 해주겠습니까? 그 이상의 이윤을 벌어들이기 때문에 우리 역시 당연히 높은 임금을 받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노조가 귀족노조라고 비난받는 건 다른 노동자들의 고통과 눈물을 외면하고, 연대를 포기하고, 노동자의 정신을 망각하고,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무를 포기했기 때문일 겁니다.(495쪽)

책의 배경은 현대자동자 노동조합 역사이지만 거의 그대로 이 땅 노동자의 이야기이다. 한 나라의 노동정책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자본에 기울어도 되는가? 어느 정권도 친노동정권은 없었다. 차라리 독재정권은 그렇다 치고, 믿거니 했던 민주정권이(이 말이 맞나?) 노동자의 삶을 더 가혹하게 밀어붙였다. 지금 비정규직, 파견근로, 변형근로 등 노동 조건의 고질적폐들은 모두 김대중, 노무현 때 고정화되었다. 그 자식 아니랄까봐 이 정권도 한 술 더 뜨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배신감도 더 크다. 자본과 정권에게 묻는다. 자본은 돈으로, 각종 이권으로 회유하고, 정권은 온갖 정책으로 또 공권력을 빙자한 폭력으로 노동조합을 길들이고 작살내니까 좋냐? 꼭 그렇게 해야 속이 시원하냐? 너희가 행한 그 이상으로 돌려받을 것이다. 정말 마르고 닳도록 강조하는 철칙이지만, 노동자가 살 길은 시작도 단결이고, 끝도 단결이다. 단결이 깨질 때 노동자는 근로자로 전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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