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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가슴, 차가운 머리
변화된 보수와 안정된 진보 함께해야
2018년 07월 31일 (화) 10:23:43 김태희 dasanforum@naver.com

지난 달 6·13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참패했다. ‘보수의 몰락’이라 표현하는 사람도 있지만, 필자의 평소 관점으론 진정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보수 정당이 있었는지 의문이다(다산포럼 2008-04-24. ‘보수와 진보, 그 헛된 이름이여’). 아무튼 보수를 자임했던 자유한국당은 참패했다. 지난 주 7월 23일에는 노회찬 의원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약자의 이익을 대변했던 대중적 진보 정치인이어서 충격이 컸다.

변화가 필요한 보수, 안정이 필요한 진보

자유한국당은 곡절 끝에 김병준 교수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비대위는 ‘책임과 혁신’을 표방했다. ‘책임’은 김 위원장의 정책 중시와 연관되어 보인다. 그런데 ‘혁신’이란 표현이 보수에 어울리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자유한국당이 진정한 보수 정당으로서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 혁신이 필요하다는 반성을 담은 것이라 해석된다. 또한 보수의 혁신은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면이 있다. 그 변화를 반영하면서 우리가 지킬 가치를 안정적으로 재정립하는 보수의 재건일 수 있겠다.

그러나 김병준 비대위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자유한국당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언론과 유권자들 상당수가 여전히 자유한국당의 이념적 정체성과 여당에 대한 전투성을 주문하고 있는 것 같아서다. 오로지 시간 경과에 따른 상황변화만 기대하거나, 여당의 실수만 기다리며 전투적 행태를 강화해 보다 광범위한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 자문해야 한다. 정치란 결국 민의를 대변하는 것인데, 변화된 환경에 맞추어 좀더 광범위한 보수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으로 재건되었으면 한다.

노회찬 의원의 사망 소식은 충격이었다. 미국 출장길에 있었던 노 의원은 최근 문제의 인물 드루킹과 2016년 관련된 5천만원 수수 의혹이 제기되자 바로 부인했다. 하지만 귀국하자마자 투신하고 말았다. 왜 그런 극단적인 행위를 했을까? 그동안 그 자신이 말한 정치에 더 이상 신뢰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절망적 판단에 따른 행위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볼 따름이다.

노 의원의 빈소에는 많은 시민들이 찾아가 긴 줄을 기다려 조문했다. 그가 현실 정치인으로서 자신이 외쳤던 정의를 엄수할 수 없었던 현실과 엄수하지 못한 책임을 죽음으로 졌다는 사실에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를 좋아했던 많은 사람은 ‘무전무치’를 떠올리며, 그가 진보 정치인으로 안정적으로 정치활동을 하지 못하고 떠난 데 대해 상실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의 죽음은 우리 정치 제도를 돌아보게 했다. 신인과 원외 정치인, 또한 군소 정당의 정치인에게 과도하게 불리한 것은 아닌지. 법은 지나치게 엄격하면서도, 관행적으로는 위법과 탈법이 자행되도록 하고 있어서, 협잡꾼의 농간에 말려들거나 검사의 법망에 놓이게 되는 상시적 위험을 구조화시킨 것은 아닌지. 정치자금법과 선거구 제도에서 법의 객관성과 규범 현실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정치의 문턱이 너무 높아 그들만의 국회가 되거나, 국회의원의 구성에 민의가 비례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대의기관의 민주적 정당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가 대중 정치인으로서 주목받고 서민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무엇보다 그의 위트 있는 서민적 언어때문이었다. 아무개 정치인이 자신의 막말을 서민적 표현이라 변명했을 때, 노회찬 의원은 그것은 서민에 대한 모욕이다, 서민들은 그런 막말을 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서민의 삶에 발을 딛고 서민의 정서를 반영하며, 어려운 가운데도 유머를 잃지 않았던 그였다.

성공한 감성 정치, 이제는 민생과 협력

지난 지방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이 크다. 그의 높은 지지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말의 정치’에 주목한다. 그는 공감과 포용의 언어를 구사했다. 국가폭력에 억울한 시민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소외감을 해소해 주었다. 그동안 사람들은 막말과 편가르기에 식상했던 차였다. 높은 지지율은 성공적인 감성의 정치로 정치의 수준을 올린 데 대한 보상이었다고 해석해 본다. 정치가 노회찬과 문재인의 말은, 정치가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으며, 정치가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멈추었다. 문제는 민생이다. 경제 문제는 뜨거운 가슴으로만 풀어갈 수 없다.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이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요구했는데, 정치도 마찬가지다. 섣부른 경제정책은 자칫 갈등만 키울 수 있다. 경제 전문가의 안목과 함께 정치가의 조정 능력도 중요하다. 소신으로 단번에 밀어붙일 정책도 있겠지만, 단계적으로 시행하면서 점검·보완하면서 추진할 성격의 정책이 많다. 변화된 보수와 안정된 진보가 함께 우리의 정치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

"정조와 다산, 통합과 개혁을 꾀하다 (김태희 다산연구소소장)"
내용이 궁금하다면 클릭!!

글쓴이 / 김 태 희
· 다산연구소 소장

· 저서
〈정약용, 슈퍼 히어로가 되다〉 (2016)
〈정조의 통합정치에 관한 연구〉 (2012)
〈다산, 조선의 새 길을 열다〉 (공저, 2011)
〈왜 광해군은 억울해했을까?〉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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