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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신학을 기대하며
2018년 08월 28일 (화) 10:13:00 곽호철 ecomiho@hanmail.net

작은 창이 있는 방에서 큰 창이 있는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작은 창이 있는 방에 지내면서 답답한 마음이 있었지만, 왜 그런지는 몰랐습니다. 큰 창이 있는 사무실에 오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작은 창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하늘과 나무들이 눈에 들어오니 마음이 한결 편하고 눈도 쉼을 얻습니다.

2018년 여름은 말로만 듣던 가마솥더위입니다. 대구에 살면서 이런 더위는 처음 경험합니다.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도저히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지경에까지 이르니 지구온난화 경고가 피부에 와 닿습니다. 산 밑자락에 나무로 우거진 공원이 밤마다 사람들로 가득 찬 것을 보면 고층건물 숲에 과시적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미련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습니다. 인간에게는 질투심을 유발하는 빌딩 숲이 아니라 쉼과 안식의 식물 숲이 더 필요합니다.

이미 한국에서의 도시들은 빌딩 숲이라 더 허물 수도 없고, 그 안에서 식물 숲을 만들 방법을 찾아야 할 겁니다. 그 한 방법이 정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정원이 도입될 때는 과시적인 차원이었지만, 이제 녹색 정원은 생존과 쉼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녹색이 보이지 않는 삶은 답답하고 생명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담과 이브에게 처음으로 정착하게 한 곳은 낙원이었습니다. 전망 좋은 로열층 아파트가 아니라 풀과 나무가 우거진 자연이었습니다. 풀숲 사이에서 인간이 넉넉하게 살도록 하나님께서 준비해주셨고, 아담과 이브는 평온함과 안식을 누리며 살았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들을 보고 좋다고 하셨던 것처럼,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아담과 이브를 포함한 우리들도 청지기로서 주어진 자연을 잘 가꾸고 돌보길 요청하셨습니다.

사막에 사는 이들에게 정원은 혹독한 기후에서 안락함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생명의 빛깔을 찾아보기 힘든 사막에서 정원은 말 그대로 생명의 빛을 통한 안식과 평안을 가져다 줄 실제적인 상징이 됩니다. 사막이 아닌 풍요로운 소산을 내는 지역에 사는 우리들의 삶은 정신적 사막화를 겪고 있습니다. 먹고 마실 것은 풍요롭고 과학기술은 끝없이 전진해 가는데, 인간의 영혼은 풍요의 환각과 발전의 속도에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영혼이 쉴 곳을 찾아야 합니다.

한국교회와 신앙인들이 황폐화된 정신세계를 치유해 줄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 한 좋은 공간이 정원입니다. 태초에 인간이 처음 자리를 잡았던 곳, 그리고 우리의 마음과 생각, 호흡과 정신을 맑게 해 줄 곳이 자연의 빛을 전하는 정원입니다.

이미 여러 마을에서 공동체 정원을 시작했고 그 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원을 만들어서 생명의 기운과 빛이 없는 곳에 생명의 빛을 심고 생명의 기운을 살려내고, 그곳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개인과 개인이 만나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어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자리가 되고, 어린이들도 함께 참여해서 생명을 키워내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함께 공동체를 형성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정원은 정서적인 안정감, 평온감, 스트레스완화 효과 등도 우리에게 제공합니다.

인간들이 창조의 본향인 자연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있는지도 모릅니다. 실낙원에 사는 우리가 낙원을 그리며 할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시작 중 하나가 정원입니다. 정원을 거닐며 우리의 영성을 깊게 하고, 텃밭정원에서 건강한 먹거리도 마련하고, 보는 정원을 만들어서 마음에 안정감을 얻고, 정원에서 함께 어울리며 삶을 나누고,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을 것입니다. 정원은 우리 신앙을 돌아보고 성숙하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정원을 위해서 우리의 신앙적 성찰을 함께 모으면 좋겠습니다. 공동체 정원도 좋고, 텃밭도 좋고, 아주 작은 화분도 좋습니다. 우리가 다양한 경험으로 정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면 새로운 생명과 희망의 씨앗을 함께 퍼뜨릴 수 있을 것입니다.

* 글쓴이 곽호철 님은 계명대 교수로 '교육연구소살림'의 소장입니다.

* 교육연구소‘살림’은 기독교환경교육센터‘살림’ 부설로 함께 ‘그리스도인의 정원숲네트워킹’을 통해 모두가 골고루 풍성한 삶을 살도록 기도하며 지원하고 활동합니다.

* 아래 사진은 전 산림청장과 천리포수목원 원장이셨고 지금은 산림아카데미 이사장을 맡고 계신, 살림의 고문 조연환 장로님이 귀촌해서 지내시고 계신 녹우정 정원을 방문했을 때 담은 사진입니다. 다음엔 장로님이 쓰신 책 '귀촌일기'에 나오는 정원이야기를 나누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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