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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경험은 무엇인가?
소성리 진밭교 아침기도회(18. 9. 6)
2018년 09월 06일 (목) 09:52:46 백창욱 baek0808@hanmail.net

소성리 진밭교 아침기도회(18. 9. 6)
누가 5:1-9 “깊은 경험은 무엇인가?”

오늘 복음말씀을 보면, 시몬은 예수로부터 존재가 변하는 경험을 한다. 자기는 죄인이라고 고백한다. 자기의 본바닥을 있는 그대로 실토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수가 말씀한데로, 깊은 데 그물을 던지고 나서 겪은 변화이다. 사람은 자기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피상적, 관념적인 시각을 넘어서 참 경험을 해야 한다. 깊은 데를 겪어야 한다. 그 때 비로소 참 사람이 될 기회를 얻는다. 깊은 경험은 무엇인가?

   
▲ 사진은 2018년9월4일 성주 소성리에 있는 '사드철회기독교현장기도소' 현장입니다.

오늘은 문재인정권이 나머지 사드를 강제진입한 지 일 년 되는 날이다. 어제 소성리 수요집회에서 그날의 영상을 다시 보았다. 영상편집자가 주민들이 그날 겪은 고통을 우려하여 아픈 장면을 많이 생략했지만, 영상에서 8천명 경찰이 밤새도록 주민과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끌어내고 짓밟고 미국놈 사드를 집어넣는 장면을 보자니, 문재인정권이 자행한 국가폭력에 다시금 분노하고 아팠고, 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무슨 개발이니, 국책사업이니 할 때마다,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들을 폭력으로 억압하고 강제로 밀어붙이는 일에 진저리가 났다. 우리는 지금도 그 후유증을 겪고 있다. 그래서 문재인정권이 들어서면 적어도 국가가 무슨 일을 할 때 과거정권처럼 폭력으로 밀어붙이는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겠거니 하는 기대를 했다. 이 기대는 나뿐만 아니라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 모두의 기대였다. 그러나 2017년 9월 6-7일 문재인정권이 나머지 사드를 강제진입하기 위해 자행한 폭력은 우리의 기대가 얼마나 순진하고 쓸모없는 기대였나를 여실히 증명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 뒤에도 계속 일어났다. 문재인정권은 사드강제진입 이후에도 부설공사를 위해 대규모 경찰력을 투입하는 공권력폭력을 계속 저질렀다. 2017년 11월 21일, 2018년 4월 12일, 4월 23일, 수천 명 경찰을 동원하여 저항하는 주민과 시민들을 제압하고 공사장비를 들여보냈고, 지금도 경찰이 상주하고 있다. 임시배치라고 하면서 전혀 임시배치와 어울리지 않는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박근혜정권을 퇴진시킬 때는 모든 시민이 한 뜻으로 단결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한 마음으로 촛불을 들어서 무능하고 부패한 반민주정권을 물리쳤다. 문재인정권을 출범시켰다. 문재인도 자신이 촛불혁명으로 집권했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문재인이 나머지 사드를 강제진입한 다음, 문재인 지지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다. 문재인이 자신을 지지한 촛불시민들을 짓밟는 배신을 저질렀는데도 분노하지 않았다. 그날 소성리에서 주민과 시민들이 겪은 처절한 고통에 대해 모른 척하고 싶은 반응이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문재인정권이 하는 일을 정당화하고 싶어서였다. 그들은 이런 이유를 대며 문재인을 옹호했다.

첫째, 사드배치하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이 있냐고? 박근혜가 사드배치 결정할 때 하던 멍청한 소리를 문재인 지지자들이 똑같이 따라하는 것을 보고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를 맹목으로 지지하면 저렇게 되는구나, 이 증상은 좌우 구별이 없구나, 하는 안타까운 심정이다. 대안이 없다고? 평화가 대안이다. 전쟁무기로는 평화를 이룰 수 없다.

두 번째는 사드배치를 큰 틀에서 이해하자고 한다. 그들이 말하는 큰 틀은 무엇일까? 북한을 적대국가로 마주하는 분단현실에서 한미동맹이 중요하고 미국의 비위를 잘 맞춰주어야 앞으로 문재인이 하는 일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느냐, 그런 차원에서 미국사드를 용납하자는 말로 이해했다. 참, 성자들 나셨다. 분단세월이 73년이다. 일제로부터 해방이 되었지만 미국이라는 새 주인놈이 한국을 점령했다. 일제 식민지 36년보다 곱으로 많은 세월을 미국에 종노릇하고 있다. 이따위 큰 틀을 계속 신주단지 모시듯이 살자는 말인가. 진짜 큰 틀은 이 분단현실을 극복하고 미국에 예속된 현실을 타파하고 남북이 평화와 화해협력으로 가는 길이다. 평화에 걸림돌인 사드를 물리는 길이 진정한 큰 틀로 가는 길이다.

세 번째는 사드배치는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고 한다. 단적으로 말하자. 제 나라 경찰이 제 나라 시민을 짓밟고 미국놈 사드를 강제로 집어넣는 일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아니면 당사자인 성주 소성리와 김천주민들, 원불교와 대한민국의 민주시민들이 결사적으로 저항하는 현실에서, 대한민국 시민의 주권과 행복을 위해서 사드배치를 거절하는 게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주권국가라면 당연히 제 나라 시민 편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날, 밤새도록 주민과 시민들이 제 손으로 뽑은 정권에게 어떻게 짓밟혔는지를 현장에서 몸소 겪었다면 그런 한가한 소리를 하지 못할 것이다. 문재인을 옹호하는 구실보다는 “왜 그랬어” 하고 분노하는 게 맞다. 깊은 경험은 무엇인가? 정치논리를 벗어나서 고통당하는 사람과 함께 고통을 겪는 것이다. 그럴 때만이 전에 보지 못하던 진실을 볼 수 있다. 약자의 신음에 귀 기울이는 데서 평화가 시작한다. 하나님이 그랬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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