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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자연에서의 삶 꿈꾼다
호미와 신발과 의자로 상징되는 삶
2018년 09월 27일 (목) 09:11:15 박철 pakchol@empas.com

지금의 아내는 내 친구고 마누라고 투사고 동지고 애들 엄마다. 34년을 같은 시공간에서 살아왔다. 아내는 다음 생에서도 똑같이 나를 남편으로 만나고 싶다고 한다.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인 줄 알고 이리저리 다그쳐도 진심이라고 한다. 어쩌겠느냐, 자기 생각이 그렇다니.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다음 생애에 지금의 아내와 부부 연을 맺고 싶지 않다.

   
▲ 글쓴이 박철(오른쪽)님과 아내 김주숙님이 다정해보인다. 박철님은 현) 좁은길교회 담임목사,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대표, 전국예수살기 공동대표, 동구 쪽방삼담소 운영위원장, 민족작가회의 시인.

만약 전생의 업보(Karma)에 의해서 현재의 생이 결정된다면, 그것도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는 스님이나 신부로 태어나고 싶다. 스님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음식공양을 잘 하는 비구니로 태어나고 싶다. 또 만약 신부로 태어날 수 있다면 노래를 잘 부르는 신부가 되고 싶다. 그런데 이것도 불가하다면 일 잘하고 힘 센 여자랑 만나서 일평생 농사꾼으로 살고 싶다.

오늘 아침 박노해 시인의 <세 가지 선물>을 묵상하며 길을 걷고 있다. 박노해 시인은 나(자기)에게 선물하고 싶은 세 가지가 호미 하나와 신발 하나, 그리고 의자 하나라고 했다. 참 소박하지만 의미는 깊다. 나는 노후에 내 생의 마지막을 깊은 산골에 들어가서 살 작정이다. 내 마음도 박노해 시인과 같다.

호미와 신발과 의자로 상징되는 삶을 그리고 있다. 적당한 노동, 그리고 신발과 의자가 뜻하는 동(動)과 정(靜)의 조화로운 삶을 희망한다. 그래서 마음은 늘 자연에서의 삶을 꿈꾼다. 땅과 나무와 풀의 벗들과 가까이서 살고 싶다.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 세 가지다. 호미 하나, 신발 하나, 의자 하나면 넉넉하다.

   

세 가지 선물
-박노해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단 세 가지

풀무로 달궈 만든 단순한 호미 하나
두 발에 꼭 맞는 단단한 신발 하나
편안하고 오래된 단아한 의자 하나

나는 그 호미로 내가 먹을 걸 일구리라
그 신발을 신고 발목이 시리도록 길을 걷고
그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저녁노을을 보고
때로 멀리서 찾아오는 벗들과 담소하며
더 많은 시간을 침묵하며 미소 지으리라

그리하여 상처 많은 내 인생에
단 한 마디를 선물하리니
이만하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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