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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서 그 날을 맞이하라
참 기다림은 뜻과 정성이 충만
2018년 12월 03일 (월) 16:48:04 백창욱 baek0808@hanmail.net

일설교문(18. 12. 2) 대림절 첫 번째 주일
누가 21:25-36 “깨어서 그 날을 맞이하라”

   

지난 주 목요일, 형명재단 창립식에 갔습니다. 형명재단은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 대구경북의장이신 한기명 어머니의 남편 이형락님의 형자와 한기명님의 명자를 따서 만든 재단입니다.

초대의 글에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아버지가 바라던 세상을 함께 꿈꾸기 위해, 아버지의 목숨값으로 받은 배상금으로 작은 단체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한의장님 가족에 비극이 닥친 건 1968년 7월 30일입니다. 3선 개헌으로 권력연장이 절실한 살인마 박정희는 대규모 간첩조작단 사건을 만들어 냈습니다.

중앙정보부는 아버지와 동료들을 잡아다가 모진 고문 끝에 소위 ‘남조선해방전략당’사건을 꾸몄습니다.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에 대해서는 KBS 대구방송국에서 올해 11월 6일에 “기억, 마주서다”라는 특집으로 방송했습니다. 이 사건 주모자 권재혁은 사형을 당하고 한의장님 남편 이형락은 징역 10년을 살았습니다. 꼬박 11년 2개월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남편은 몸과 정신이 모두 파괴되어 그전의 남편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의 편견과 사회의 외면은 또 다른 감옥이었습니다. 결국 1985년 6월 24일 가족들은 더 큰 청천벽력을 만났습니다.

이형락님은 남은 가족을 살리는 길이라는 생각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그러나 간첩이라는 오명 때문에 가족들은 무덤에서조차 소리내어 울 수 없었습니다. 한의장님과 다섯 자녀는 그렇게 수십 년 세월을 빨갱이 가족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가난하고 배우지 못하는 설움 속에서 무진 고생을 하며 살았습니다. 천만다행으로 2006년 노무현정부 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발족하면서,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 재심신청을 했고, 진실화해위원회는 공식발표를 통해, 2009년에 중앙정보부가 68년 권재혁, 이일재씨 등 13명이 반국가단체 ‘남조선해방전략당’을 조직했다고 발표한 사건은 고문에 의한 조작임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진실화해위의 결정에 따라 가족들은 국가에 배상청구를 했고, 2014년 5월에 대법원에서 무죄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비록 박근혜정부 때 대법원이지만 진술기록, 항소이유서, 공판기록 등을 통해 고문에 따른 허위자백이라는 명백한 증거 앞에서 다른 판결을 내릴 수 없었던 것입니다. 끌려간 해인 1968년에서 무려 46년 만에 정의와 진실이 승리했습니다. 비록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하지만 이것도 값진 승리입니다.

한의장님 가족들은 국가배상금으로 나온 돈을 바탕으로 10억 기금을 만들어서 형명재단을 만들고 지난 주 목요일에 창립식을 한 것입니다. 한의장님은 인사말에서 자녀들이 모두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배상금으로 재단을 만들자는 제안에 흔쾌히 동의해 줘서 너무 고맙다고, 우리 딸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한의장님의 둘째딸과 사위는 삼평리 철탑투쟁 할 때 매주 한 번씩 밥을 갖다 주기도 했습니다. 형명재단은 앞으로 이 땅의 통일과 민주화, 평등세상을 위해 희생된 분들과 그 자손들을 위한 장학사업과 활동가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날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민중이 포기하지 않는 이상, 역사는 정의와 진실 편임을 다시한번 확인했습니다.

대종교 나철을 아시나요? 대종교는 단군을 신봉하는 신흥 종교입니다. 나철은 대종교를 창시한 분입니다. 지난 주 두 번의 강연에 참석했는데, 희한하게도 각각 강연에서 대종교의 나철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하나는 예수살기 전국대회에서 “한반도 평화와 한국기독교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원불교 원익선 교무님이 강연을 했습니다.

강연에서 나철이 1916년 단군이 자리 잡았다는 구월산에서 순국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아, 한번 찾아봐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기독교회관에서 생명평화마당 주최로 한완상교수가 “평화 신학과 발선”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는데, 토론 시간에 이은선교수라는 분이 대종교의 나철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대종교는 항일운동도 치열하게 수행했고, 대종교의 대종사 나철 등 지도자들이 모두 스스로 순절로써 나라의 독립을 위해 저항했고, 일제는 그런 종교의 싹을 자르기 위해 김좌진의 청산리대첩 등을 계기로 대종교인 10만 명 이상을 참살했다. 오늘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는 잘 전해지지 않는 이야기들”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희한하게 어제오늘 연속해서 나철이야기를 듣네... 했습니다. 집에 와서 바로 나철 책을 주문했습니다. 책 제목이 『나철』-독립운동의 아버지입니다. 우리가 기독교 신자인 까닭에 보는 거, 듣는 거, 경험하는 거, 사람만나는 거, 생각하는 것 등 생활의 많은 부분이 기독교 세계에 국한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기독교 너머에 있는 가치, 사상, 사람, 역사 등에 대해 무지합니다. 지난주에 신천지 서울경기 6천명 연합수료식과 홍보영상을 봤는데 느낌이 별로 안 좋았습니다. 기독교언어로 행하는 일들을 보기가 괴로웠습니다. 군대같은 일사불란, 주체성은 일도 없는 획일화, 그 세계밖에 모르는 21세기 극단적 근본주의자들 모습입니다. 기성교회 교인들이 신천지에 빨려드는 것은 기성교회와 신천지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번에 대종교 나철에 대해 듣고 책을 보면서 우리 역사에 이렇게 훌륭한 분이 있었는데 여지껏 모르고 지냈다는 반성을 했습니다.

그 책에서 고종황제의 비서실장인 정환덕이 쓴 일기 『남가몽』을 인용했습니다. “1904년 일본과 러시아가 인천항에서 포격전을 벌여 대포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탄환이 비 오듯 하더니 러시아가 패하였다. 이 때 궁궐 안은 물론 장안의 사람들이 모두 도망치고 구중궁궐은 텅 비어 빈 집과도 같았다. 의정대신 모씨는 몰래 궁중의 수채 구멍으로 빠져 나갔고, 그 밖의 입직 관리들은 궁성의 담을 넘어 도망쳐 나갔다.

그리고 궁궐 안에는 요술을 부린다는 이인순, 최병주 같은 사기꾼들이 득실거렸다. 그러니 고종은 참으로 한심한 임금이었다. 이름만 황제일 뿐 하는 일은 너무나 어리석었다. 정환덕이 임금에게 ”이런 때를 당해 이인순을 불러 보시는 것이 어떠하실지요. 그는 평소 말하기를, 우선일휘 즉 한 번 부채를 펴고 부치기만 하면 바다 위에 뜬 군함을 모조리 산산조각을 내어버린다고 하였사옵니다. 또한 최병주도 겨드랑이에 몇 사람을 끼고 광화문을 뛰어넘는다고 장담하였습니다. 그러니 두 사람을 불러들이옵소서.” 라고 아뢰었다.

그러나 임금이 사람을 시켜 두 사람을 찾아보니 벌써 어디론지 도망가고 없었다. 이 글을 보면서, 이 나라의 중요자리에 있는 인간들은 난리가 터지면 도망가는 습성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16 군사쿠데타 때 장면총리는 수녀원으로 도망쳐서 쿠데타를 진압할 골든타임을 다 놓쳐 버렸습니다. 또 12.12 군사반란 때 노재현 국방장관은 반란이 일어나자, 미 8군 사령부로 도망쳤습니다. 명령권자가 사라지는 바람에 전두환일당을 진압할 기회를 놓쳐 버렸습니다. 장면총리나 노재현 국방장관이 그 때 도망 안 치고 기본적인 자기 역할만 했더라도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희생없이 크게 발전했을 것입니다. 아무리 역사에는 가정이 의미없다고 하지만 너무도 뼈아픈 일입니다. 내일이 IMF 구제금융을 결정한 1997년 12월 3일이다. IMF도 지배집단과 관료들이 제 역할을 잘 했으면 막을 수 있는 재앙이었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은 종말에 관한 말씀입니다. 매절마다 그 날에 일어날 징조와 현상을 말씀합니다. 그 날은 피할 수 없는 날이므로, 그 날이 닥쳤을 때를 대비하며 주체적으로 맞이하라고 교훈합니다.

세 가지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점은 어떤 징조가 종말현상이라고 명확히 구분하고 판단할 수 있는가? 그래서 이제 세상 끝이 왔다고 특정할 수 있는가? 입니다. 이를테면, “해와 달과 별들에서 징조들이 나타나고, 땅에서는 민족들이 바다와 파도의 성난 소리 때문에 어쩔 줄을 몰라서 괴로워할 것이다. 사람들은 세상에 닥쳐올 일들을 예상하고, 무서워서 기절할 것이다.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25-26절)라고 했습니다. 징조에 관한 말씀이 굉장히 포괄적이고 추상적이고 두루뭉술합니다. (앞날을 예언하는 사람은 절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해와 달과 지구가 공전, 자전을 하면서 일어나는 일식이나 월식같은 현상이나 특별한 별자리의 움직임이나, 지진이나 쓰나미같은 큰 기상이변은 고대시대에는 굉장히 놀래키는 기절할만한 현상이었고, 익히 아는 대로 권력자들은 그런 현상을 이용해서 민중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해달별지구의 움직임에 대해서, 지구과학의 기초지식 수준이 됐기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현상을 카메라에 담기 바쁩니다. 왜 그런 줄 알기 때문에 두려워하기 보다는 이벤트성으로 맞이합니다.

사람들이 어떤 엽기적인 일을 보면, 세상 말세라고 혀를 끌끌 찹니다. 그런 말에서 느끼듯이 말세라든지, 종말은 굳이 어느 시점을 특정하기보다는 보편성을 띱니다. 지금 세상도 말기적 증상으로 가득합니다. 오늘날 지구를 덮치는 기후환경의 변화는 이 세상이 지속가능한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자아냅니다.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심각합니다. 노약자들 호흡기장애가 걱정됩니다. 또 돈 때문에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비극 역시 이 세상이 종말로 치닫고 있다고 고발하기에 충분합니다. 사람의 탐욕과 자본주의의 모순이 결합해서 전 세계적으로 온갖 말기증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즉 종말징조는 보편적 현상입니다.

두 번째는 종말, 마지막 때에 대해 주목할 것은 특정 현상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하늘징조가 어떻든 간에 바다파도가 성난 소리를 내든 안 내든 간에 관계없이, 민중은 자기에게 또는 자기 공동체에 재앙이 닥칠 때, 그 사건이 종말징조입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어느 날 불쑥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만신창이가 돼서 그 여파가 한 집안을 덮칠 때, 그 집은 이미 종말이 임한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권력자와 그 부류들이 정치를 엉터리로 하고 안주하고 자기 탐욕에만 골몰하여 시대변화에 무능, 무책임으로 대응하여 난리가 일어나면, 민중에게는 그 때가 바로 종말입니다. 그런 종말현상을 굳이 하늘세력이 흔들리는 것에 견줄 필요도 없고, 어떤 지구적 이변에 특정 지을 것도 없습니다. 민중이 죽게 됐으면 그게 종말입니다.

그런데 한편 세상은 공평합니다. “그 날은 온 땅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닥칠 것이다.”(35절)라고 했습니다. 종말은 사람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 세대가 끝나는 징조든, 하늘과 땅이 없어지는 대격변이든 민중만 덮치는 게 아니고 권력자도 종말의 파도에 휩쓸려갑니다.

28절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민중에게 주시는 구원의 소리입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일어서서 너희의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구원이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28절) 너희는 누구인가요? 권력으로부터 극심한 박해를 받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이고, 주류로부터 희생양으로 고통당하는 소수자들입니다. 이들은 권력이 조장하고 유포시킨 이데올로기와 거짓 뉴스로 늘 머리를 수그리고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끝이 보입니다. 구원이 가까워 갑니다. 종말현상이 기존권력 질서를 무너뜨린 덕분에 살 길이 열립니다.

세 번째는 그러므로 우리의 할 일은 무엇인가? 입니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해서, 방탕과 술취함과 세상살이의 걱정으로 너희의 마음이 짓눌리지 않게 하고, 또한 그 날이 덫과 같이 너희에게 닥치지 않게 하여라.”(34절)

대림절에 맞추어서 이 말씀을 대면하겠습니다. 주님을 기다리는 우리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나요? 오직 주님을 맞이하는 일에 골몰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로 아는 믿음으로,(31절) 이 세대가 끝나기 전에, 이 모든 일이 다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으로,(32절) 하늘과 땅은 없어질지라도, 내 말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33절) 품는 것입니다. 참 기다림은 뜻과 정성이 충만합니다. 이 믿음은 고요한 중에 깨어 있는 마음에서 나옵니다. 내 마음이 무엇에 짓눌려 있을 때는 참 믿음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 날이 올 때 준비하고 맞이하는 것과 덫처럼 기습적으로 당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덫은 짐승잡는 도구입니다. 우리는 사람입니다. 덫에 채이듯 기습당하지 말고 깨어서 하나님나라를 맞이하십시오. 주체적으로 내 믿음을 준비하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다같이 침묵으로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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