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논평 환경/기술 지역/농업 전통/문화 미디어/사람 정보/게시판
  편집: 2019.3.22 금 09:37
> 뉴스 > 시사/논평 > 칼럼 | 종교영성
     
주의 여종이오니
진밭교 평화기도회(18. 12. 20)
2018년 12월 20일 (목) 11:59:30 백창욱 baek0808@hanmail.net

진밭교 평화기도회(18. 12. 20)
누가 1:26-38 “주의 여종이오니”

오늘 복음말씀은 마리아 수태고지이다.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서 “아기를 낳을 것이고 이름을 예수라고 하라”고 알려주었다. 마리아는 몹시 당황했지만, 종내는 천사의 메시지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고백한다.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38절) 마리아의 고백은 지금까지 교회 신앙고백의 한 전형이 됐다.

   

먼저 오늘 복음말씀을 비평차원에서 살펴보자. 정말 마리아는 이런 경험을 했을까? 뜬금없이 가브리엘 천사가 나타나서, 아기를 낳을 것이고, 이름까지 점지하고, 처녀가 어떻게 애를 낳냐고 반문하니까 성령이 임하고 하나님의 능력이 감싸줄 것이니 걱정말라고, 네 친척 엘리사벳도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이지만 아기를 잉태한 지 여섯 달이나 되었다고 조곤조곤 세세하게 말했을까? 그런 말에 마리아가 안심하고 천사의 수태고지를 받아들인 것인가?

그 정확한 실상은 아무도 모른다. 나는 마리아의 수태고지가 후대 공동체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볼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는 가브리엘 천사의 등장이다. 성서에서 천사의 등장은 실제 현상이 아니다. 인간사에서 필설로 형용하기 어려운 기가 막힌 사건을 묘사할 때 쓰는 기법이다. 마리아 수태고지에서는 그 원초적인 사건을 그대로 말할 수 없거나, 이야기를 멋있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알리바이로 보인다. 하나님이 직접 점지하다니, 이보다 극적일 수 없다.

두 번째는 천사가 마리아에게 하는 말이다. “그는 위대하게 되고, 더없이 높으신 분의 아들이라고 불릴 것이다. 주 하나님께서 그에게 그의 조상 다윗의 왕위를 주실 것이다. 그는 영원히 야곱의 집을 다스리고, 그의 나라는 무궁할 것이다."(32-33절) 아이는 그리스도가 되며 다윗왕의 계보를 이으며, 그 나라는 영원할 것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이루 말할 수 없이 찬란하다. 태어날 아기가 왕이 된다면 누군들 마다하겠는가.
세 번째는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잘 짜여졌다. 어디 하나 막힌 데 없이 술술 진행된다. 특히 친척 엘리사벳도 늙은 나이에 아기를 가졌다는 이야기도 처녀 마리아의 잉태와 기막히게 대조되면서 짝이 맞는다. 아기를 가질 수 없는 여자들이 아기를 가졌다는 것만큼 평범을 뛰어넘는 사건은 없다. 무엇보다 태어날 아기의 이름을 예수라고 하라고 꼭 집어준 것까지, 어긋나는 게 없다. 이렇게 이야기가 완벽하려면 일이 다 지난 뒤에 소급해서 구성할 때만 가능하다. 실제로는 어떤 곡절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또 민중 중의 민중으로 태어났지만, 범상치 않은 삶과 죽음, 부활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이 되면서 완성된 탄생이야기인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대목이 있다. 바로 마리아의 태도다. 새로운 왕이 나고, 새로운 나라가 선다는 말은 1세기 천하를 지배하는 로마제국에 대항하는 반체제 사건이다. 새로운 권력의 등장이 기존 권력에게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런 대변혁의 사건이 지극히 연약한 여자인 마리아에게서 시작하였다는 것, 그리고 마리아는 그 사건을 담담히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바로 하나님나라는 이 지점에서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마리아가 부정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다. 그러나 마리아는 “주님의 뜻이 내게 이루어지이다”라고 받아들였다.

사드철회투쟁에서 마리아의 태도는 어떤 교훈을 주는가? 로마제국 앞에 마리아가 있듯이, 미 제국 앞에 우리가 있다. 마리아처럼 우리의 힘은 연약하기 그지없다. 제국의 위력에 비하면 미미한 존재로 보인다. 그러나 마리아가 거부하지 않았듯이, 우리도 우리의 처지를 한탄하거나, 운명을 거부하지 않고 일심으로 사드철회 투쟁에 헌신하고 있다. 미 제국을 상대해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 한숨 나오고 막연할 때도 있지만 사드철회 투쟁의 길에 하나님과 민중과 정의가 뒤를 바치고 있다. 마리아의 수태가 사람의 온갖 판단을 넘어섰듯이, 우리의 투쟁도 온갖 판단을 넘어선다. 후대 교회가 마리아의 수태일화를 구성하여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을 훌륭하게 완성하였듯이, 우리 역시 사드철회 투쟁을 승리해서 훗날에 민중이 승리했다는 완벽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그때는 처음에 겪었던 막막함, 혼돈, 분열, 서운함 등, 상처를 말끔하게 극복하고 민중이 어떻게 역사의 위대한 주류로 자리 잡았는지를, 이 나라가 어떻게 미국의 예속에서 벗어나서 자주국가, 군사주권을 세웠는지를 멋있게 서술할 것이다. 그 날을 맞이하기까지 마리아의 일심으로 사드철회 투쟁에 매진하자. 하나님이 뒤를 받쳐주신다. 아멘.

백창욱의 다른기사 보기  
ⓒ 새마갈노(http://www.eswn.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간이라는 단어
비밀 창고
결정적 주체는 누구인가
지구를 구하는 사순절 탄소금식
미세먼지 대책과 기후변화
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
핵 없는 세상, 우리의 내일
그 세 사람을 휩쌌다
책, 우린 너무 몰랐다
만신 김금화
내가 이 분을 인식한 것은 몇일 전 한겨레신문에서, “마지막 ...
책, 우린 너무 몰랐다
인생이라는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는...
한국교회 지붕 햇빛발전소 설치를 ...
9월 3일(월) 오후2시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교...
신재생에너지로 90% 전력공급 가...
독자 설계 잠수함 건조
헬조선을 벗어나 새로운 삶으로
‘생태치유농장과 숲 이야기’모임이 지난 14일 창천교회 엘피스...
포천 평화나무농장 생명역동농업 산...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대문구 북가좌동 384-19, 성도빌딩 5층 | 전화 : 02-747-3191 | 편집인 010-8413-1415 | 제호 : 새마갈노
등록번호 : 서울 아03061 | 등록일 2014.03.24 | 발행인 : 양재성 | 편집인 : 류기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 류기석
Copyright 2009 새마갈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sw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