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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짐을 지고 가는 사람들
2018 철거민들의 송년예배
2019년 01월 01일 (화) 21:10:07 김경호 kim17kh@naver.com

세상 짐을 지고 가는 사람들(누가 10:29-37 )

김경호 (강남향린교회 목사)

그런데 그 율법교사는 자기를 옳게 보이고 싶어서 예수께 말하였다. "그러면,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 예수께서 응답하여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다. 강도들이 그 옷을 벗기고 때려서, 거의 죽게 된 채로 내버려 두고 갔다. 마침 어떤 제사장이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 사람을 보고 피하여 지나갔다. 이와 같이, 레위 사람도 그 곳에 이르러서, 그 사람을 보고 피하여 지나갔다. 그러나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길을 가다가, 그 사람이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가까이 가서, 그 상처에 올리브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에, 자기 짐승에 태워서,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다. 다음날 그는 두 데나리온을 꺼내어서, 여관 주인에게 주고, 말하기를 '이 사람을 돌보아 주십시오. 비용이 더 들면, 내가 돌아오는 길에 갚겠습니다' 하였다. 너는 이 세 사람 가운데서, 누가 강도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 그가 대답하였다.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가서, 너도 그와 같이 하여라." (누가 10:29-37)

   
▲ 성북구청 앞 철거민 송년예배 설교문 2018. 12. 31

국가가 무엇이냐? 국가가 경제성장을 꾀하는 기관인가? 아니다. 국가는 생산을 하거나, 무역을 하는 기관이 아니다. 경제성장은 경제 주체들이 하게하고 이들이 돈만을 목적으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면 이를 감시하고 시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복지에 신경쓰는 게 국가의 역할이다. 어느 누구도 소외되거나 아프지 않도록 돌보는 역할이 국가와 공권력의 역할이다. 그런데 공공의 권력이 자본과 한통속이 되어 횡포를 하면 국민들은 하소연할 데가 없다. 거대한 폭력 앞에 벌벌 떨 수밖에 없다.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정부를 세웠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들은 적폐의 세력 가운데 휩싸여 있다. 절차적인 민주화는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일부는 민주화되었으나 우리의 생활 속으로 민주화가 들어오기에는 아직도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우리의 삶 복판은 아직도 적페의 심심산천을 헤메는 중이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몰려나 중산층이 붕괴되었다. 평생직장은 사라지고 노동자들을 조기 정년으로 직장에서 내몰렸다. 수명은 늘어나는데 직장에서는 조기에 쫒겨나니 우후숙순 격으로 자영업자들이 늘어났다. 김대중 정부 이래로 지금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자영업자들이 증가했다. 그 경쟁을 뚫고 일어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이 몰락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국토개발, 도시재건축 이란 명분으로 근근 자기 집을 가지고 사는 주민들, 거기에 세 들어 사는 주민들이 내 쫒기고 있다. 날은 추운데 아기 날 곳 조차 없어 짐승의 마구간을 빌어 출산한 아기 예수의 이야기는 이천 년 전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하물며 정규직이 꺼리는 위험한 일들을 비정규직 중에도 가장 열악한 조건의 외주 노동자, 실습생들에게 맡긴다. 이들이 모두가 퇴근한 시간에 혼자 위험한 일을 감당하다가 컨베어 벨트에 몸이 으스러져 죽었다. 작년에는 현장실습생 이민호 군이 그렇게 세상을 떠났고 올해는 김용균 님이 같은 방법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고공에 올라가 있는 파인텍 노동자들은 두 번의 사측과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아직 새해를 굴뚝 위에서 맞이해야 한다.

오늘 여러분들과 같은 일을 당한 마포, 아현지구의 철거민 박준경씨는 한강에 투신했다. 마지막 용역들이 들이닥치는 날 박준경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배낭에 중요한 것을 챙기고 날이 추우니 찜질방에 가있으라며 5만원을 건넸다. 그리고 “돈 떨어지면 언제든지 엄마에게 오라”고 문자를 했다. 준경은 어머니도 조심하시라고 문자를 남기고 한강에 가서 투신으로 삶을 마무리 했다. 그는 전단지 뒷면에 쓴 유서에서 “사흘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렵다” “저는 이렇게 가더라도 어머니에겐 임대아파트를 드려 저와 같이 되지 않게 해 주세요”, “어머니에게 힘이 되어야 했는데 짐만 되어 미안하다”라고 썼다.

그리고 재벌들은 점점더 기승을 부려 골목까지 쳐들어오고 우리의 보금자리를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밀어붙인다. 그들은 우리들의 목구멍 깊은 곳 까지 칼끝을 들어 내민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서 일하게 만드냐, 국민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게 방치하느냐는 국민의 태도에 따라 달렸다.

본문의 말씀에서 우리는 일상적으로 사마리아 사람에 주목한다. 그래서 제목도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라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구원자의 역할은 당연히 선한 사마리아 인이다. 그러나 서남동은 여기서 강도만난 사람을 주목한다. 강도만난 사람이 바로 메시아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며 예수의 구원자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았다. 그는 말한다.

문제는 메시아적 성격이란 무엇이냐에 있는데 그 주된 의미는 새 시대를 가져올 주인공이라는데 있습니다. 문제는 누가 메시아이며 누가 예수의 역할을 하느냐에 있습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에 보면 강도를 만나 고통받고 있는 그 사람이 바로 메시아(예수)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죽겠다고 호소할 때, 가서 치료해주면 그 때 ‘사람’이 되는 것이고, 모른 척하고 지나치면 그 때 짐승이 되는 것입니다. 내 속에 잠든 인간성을 깨우쳐 나를 인간답게 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것은 단지 내가 신음소리를 듣느냐 듣지 못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예수가 세상에 온 것은 바로 이 신음소리를 내는 역할을 하자는 것이지, 다른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의 수난의 의미가 여기 있습니다.(“민중신학을 말한다” 『민중신학의 탐구』, 서울 : 한길사, 1983, 180쪽.)

그는 선한사마리아 사람은 사람이면 마땅히 행해야하는 사람의 길을 간 것이지만 여기서 메시야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강도만나 신음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강도만나 신음하는 사람을 고난 받는 민중으로 생각했다.

올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에도 우리는 수많은 아우성을 듣는다. 그들은 굴뚝위에서 철거현장에서 해당 관청 앞에서 소리치고 외치며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투쟁한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모순을 그 한 몸에 담고 투쟁하고 있다.

이들이 이 바로 역사의 주인공이며 우리 시대가 해결해야하는 역사의 짐덩어리를 한 몸에 지고 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당하는 고난이야말로 바로 우리시대를 새롭게 할 메시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강도만난 사람이 외치는 신음소리 그것은 새 시대를 여는 메시아의 신음소리이다. 물론 우리가 가끔 지지방문도 하고 그 앞에서 촛불을 들고 집회도 한다. 때로는 주머니를 털어 성금을 내기도 하지만 이 땅의 민중이 당하는 고통과 비교하면 보잘 것 없다. 선한 사마리아 사람이 행한 역할에 해당할 것이다. 강도 만난 사람이 단순히 재수 없이 당한 것은 아닐 것이다. 강도짓은 분명히 범죄이지만 누군가 강도짓을 해야지만 살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 있다면 그것은 결국 그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이고 해결해야할 짐이다. 서남동은 말한다.

우리가 민중에게서 메시아역을 보고 있는 것은......(그들의) 아픔의 경험을 통해서 눈이 밝아지고, 거기에 응답하게 함으로써 하느님은 우리를 ‘새 인간’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민중이 메시아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민중이 겪고 있는 고난 자체가 바로 그러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앞의 책, 181쪽.)

거리로 내몰린 가족들이 올 한해의 마지막 날도 어김없이 거리에서 보내고 있다. 이 사건을 덮으려하는 자들이 말하듯이 단지 생떼를 쓰거나 보상을 더 받자고 하는 것이 물론 아니다. 이 칼바람 스며드는 올해의 마지막 날 밤에 우리는 촛불혁명으로 권력을 잡은 문재인 정부에 외치고 있다.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게 기회는 평등하게 해달라고, 과정은 공정하게 해달라고, 그리고 결과는 정의롭게 해달라고...... 새해에는 이 모든 것이 말의 수사가 아니라 우리의 삶으로 이루어 질 수 있게 해달라고, 우리의 꿈이 이루어지는 새해를 소망하며 묵상으로 기도하겠습니다.

<파송사>

편안히 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

여러분들의 고난이 새로운 시대를 불러올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당하는 고난은 새시대를 낳기 위한 해산의 진통입니다.

우리는 새해에 남북이 하나되고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 시대가 활짝 열리길 바랍니다.

우리는 새해에 모든 노동자들이 자신의 직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새해에 철거민들이 길거리로 나와서 외칠 필요가 없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새해에는 진정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게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 본 글은 성북구청앞에서 2018. 12. 31. 진행된 철거민 송년예배 설교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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