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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가면 언제 오나
양준호의 모던 시 읽기, 3편
2019년 01월 30일 (수) 11:00:47 양준호 shpt3023@daum.net

인제 가면 언제 오나 -詩人·205

어디 비상을 꿈꾸지 않은 검은가슴물떼새는 있을까
지금
유리창 밖
오백년 묵은 은행나무 숨차게 새싹을 품어 올리는 시간
눈송이를 찾으러 간 기꺼이에게선 소식 없고
아 숨막히다 막혀
꽃잎을 흩뿌리고 간
아직도에게선 소식 없다는데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아 숨막히다 막혀
오늘도
맨드라미향에 취한 검은날개물잠자리
홀로 서녘 하늘을 날고 있었다

작가노트 「인제 가면 언제 오나」
날고싶었던 검은가슴물떼새. 오백년 묵은 은행나무 싹을 품어 올린다. 눈송이를 찾으러간 기꺼이는 어디로 갔나. 숨막히게 꽃잎을 흩뿌리고 간 아직도에게선 소식 없다는데...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오늘도 맨드라미향에 취한 검은날개물잠자리 서녘 하늘을 날고 있었다.

   

초록 입술의 사내 -詩人·206

오늘 또 나는 딱지를 접는다
저기

초록 입술을 우물거리는
사월의 은행나무를 보라
지금

일부러의 본향本鄕에선
집게발들은 모두 탈출했다는데
여보세요
여보세요
멀리
눈을 반쯤 감은 애꾸눈의 사내
서둘러는
오늘도
목발을 짚고 피비린내의 바다를
건너고 있었다

작가노트 「초록 입술의 사내」
딱지를 접는다. 초록 입술 우물거리는 사월 은행나무를 보라. 지금 그 일부러의 본향에선 집게발들 탈출했다는데... 여보세요. 눈 감은 애꾸눈의 사내. 서둘러는 오늘 피비린내의 바다를 건너고 있었다.

   

스르르의 고향 -詩人·207

오늘도
나는
꼭두서니꽃에게 사로잡혔다
오늘도
나는
그물메기에게 사로잡혔다
오늘도
나는
좀반날개에게 사로잡혔다
생각해 보면
네줄고기 한 마리
서녘 하늘에서 가쁜 숨을 쉬고 가는데

그날
그 차창에 실루엣으로 떠오르던 글썽 노란분꽃은
잘 있을까

사로잡힌다는 것은
무한정
사모한다는 것
오늘도
남부순환로
적어도 하나
낮달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가는데
함께 가실까요
함께 가실까요
오늘도 먹 먹갈치는
스르르의 고향
부두를 떠나고 있었다

작가노트 「스르르의 고향」
오늘도 나는 [꼭두서니꽃, 그물메기, 좀반날개]에게 사로잡혔다. 회고해 보면 네줄고기 한 마리 서녘 하늘에서 숨차 하는데... 그 차창 실루엣으로 떠오르던 노란분꽃은 잘 있을까. 사로잡힌다는 것은 사모한다는 것. 남부순환로의 적어도 하나. 물끄러미 낮달을 보고 가는데... 함께 가실까요. 먹갈치는 스르르의 고향을 떠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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