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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세 사람을 휩쌌다
주현절 후 여덟 번째 주일예배설교문
2019년 03월 04일 (월) 11:56:38 백창욱 baek0808@hanmail.net

주일예배설교문(19. 3. 3) 주현절 후 여덟 번째 주일, 산상 변모 주일
누가 9:28-36 “그 세 사람을 휩쌌다”

지난주에도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월에는 『작은이들의 벗-예수살기 10년사』 출판기념회를 했습니다. 예수살기라는 이름대로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부담이 없지는 않았지만 지금 생각할 때 이름을 잘 지었다는 생각입니다. 1세기 로마의 식민지인 팔레스타인에서 예수가 지배세력에 눌려서 신음하는 민중을 구원하기 위해 민중과 한 편이 된 것처럼, 우리도 예수를 따라 살아야 합니다. 예수살기는 우리가 그렇게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방향과 의지를 담은 고백입니다.

   

예수살기는 2008년에 창립하였습니다. 2008년은 이명박 정권이 막 출범한 때입니다. 독재정권 시절에 명망있던 에큐메니칼 선배목사들이 노무현 정권 때는 협력자가 된 바람에 ‘평택미군기지 확장문제’나 ‘한미 FTA’ 현안에서 기독운동이 좀 약화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독운동도 새로운 시대상황에 응답해야 했습니다. 예수살기 결성에 직접적인 계기는 허세욱 열사의 분신입니다. 2007년 4월 1일 “한미FTA 폐기하라”고 외치며 허세욱열사가 협상장인 서울 하얏트호텔 정문 근처에서 분신했습니다. 근처에서 분신 장면을 목도한 한상렬 목사님은 허세욱 열사 장례 상주를 맡으면서 조문 온 후배목사들과 우리가 민중의 희생과 투쟁에 큰 빚을 지고 있다는 고민을 나눕니다. 택시기사인 허세욱열사가 그토록 사회약자를 대변하고 돌보는 일에 헌신적인데,(『허세욱 평전』을 보면, 그는 비번인 날에는 투쟁현장과 연대하고 수입의 많은 부분을 단체회비와 투쟁지원금으로 냈다) 우리는 무엇하고 있느냐는 반성입니다. 우리라고 가만있는 건 아니지만 자기 몸을 불사르는 민중을 가까이에서 본 충격이 너무 큰 것입니다. 그 후 갈수록 벼랑으로 밀리는 민중의 삶에 응답하기 위한 새로운 기독 운동체를 결성하기로 뜻을 모읍니다. 그리고 허세욱 열사가 분신한 지 꼭 일 년 후인 2008년 3월 29일, 향린교회에서 창립합니다.

예수살기와 관련해서 제 인생좌우명이 있습니다. 첫째 예수살기 이름으로만 활동한다. 깜냥도 안 되는데, 단체와 각종 대책위에 그것도 대표로 이름 걸고 활동한 경험에 대한 반성입니다. 둘째 절대 오지랖 넓히지 않는다. 대구살이 10년을 결산한 후 성찰입니다. 셋째 한 놈만 잡는다. 사드철회에만 집중한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이 제 인생을 또 어떻게 이끌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큰 변화가 없는 한 예수살기 이름으로만 살려고 합니다.

화, 수에는 제주에 갔습니다. 남들은 제주간다 하면 관광하러 가는 줄 알지만, 저는 강정마을 평화활동에 연대하러 갑니다. 소성리도 마찬가지지만, 강정에서도 북미회담에 대한 기대나 들뜬 분위기는 전혀 없습니다. 강정이 처한 현실이 평화정세와 무관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강정 해군기지 앞에서 평화행동을 하고 오후에는 제주도청에 갔습니다. 제주도는 제2공항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제주도청 앞 도로는 농성촌이 됐습니다. 공항건설에 반대하는 단체 일꾼과 민주시민들은 도청 앞 도로에 천막을 치고 장기전에 들어갔습니다. 도청으로 들어가는 계단에서도 농성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원희룡지사는 일부러 그 가운데로 지나다니며 시위자들을 도발합니다. 우리가 간 날, 강정마을 지킴이인 엄문희씨는 단식 41일째 중입니다. 엄문희씨는 사진작가인데, 제주에 놀러왔다가 구럼비 바위 파괴에 충격을 먹고, 아들은 친정에 보내고 강정지킴이가 됐습니다. 다행히 다음날 아침, 몸의 수치가 너무 안 좋아서 병원에 실려 갔습니다. 기도회 하러 도청에 갔는데, 긴급하게 도의회에서 주관하는 ‘제2공한 갈등해소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가 있어서 모두 거기에 참석했습니다. 놀라운 건 제주도민의 의견을 묻는 토론회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제 2공항 문제가 튀어 나온 건 2015년 11월 10일입니다. 국토부가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용역‘을 하고, 성산읍의 150만평을 공항 예정지로 발표하면서 부터입니다. 성산읍 주민들은 자신들의 땅에 공항이 생긴다는 소식을 뉴스로 처음 접했습니다. 제 2 공항 건설 진행방식이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판박이입니다. 강정마을 주민들도 자기들 마을이 해군기지 부지가 되었다는 것을 뉴스로 처음 알았습니다. 민주공화국이라는 나라에서도 늘 시민은 대상화됩니다. 이 날 토론회에서도 마지막 결론은 정부가 밀어붙이지 말고 도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하라 입니다.

제 2공항 건설이 현안이 된 이유는 늘어가는 관광객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주공항 이용객이 최근 5년간 연평균 11%가 증가해서 2015년에는 2,500만 명이 되고, 2030년에는 연간 4,424만 명의 항공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수요예측도 믿을만한 수치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한전과 에너지마피아들의 핵발전소 건설 구실이 딱 이랬습니다. 전력소비량이 매년 2-3%씩 늘어난다는 전제하에 그러므로 핵발전소를 지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관련자들이 그냥 밀실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정한 것입니다.

반대주민들은 제 2공항이 실어 나를 관광객이 제주에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고 합니다. 이미 과잉관광의 폐해가 크기 때문입니다. 2015, 2016년 땅값 상승률 2년 연속 1위, 인구 1천명 당 범죄발생률 전국 1위, 2011년 764톤에서 2017년 1,332톤으로 제주도 하루 생활폐기물이 2배 가까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2공항이 불러올 막개발, 사회, 환경문제를 감당할 계획이 전무합니다. 제주는 삼다로 유명합니다. 돌, 바람, 여자. 그런데 이 삼다가 바뀌었습니다. 중국인, 게스트하우스, 렌터카로. 지금은 중국인 자리를 각종 박물관이 차지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제주도민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원희룡 지사 말대로 제주도의 번영과 희망의 거점을 위해서 제 2공항을 건설해야 하나요? 그러나 권력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들어서는 안 됩니다. 제주도민들은 원지사가 대통령 후보로 나가기 위해 공항건설로 스펙쌓기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공항건설을 하려면, 성산읍에 들어서 있는 1천년 된 마을, 마을에서 대대로 살아 온 사람들, 열 개의 오름, 초지, 성벽, 동굴, 철새도래지, 그 안에 있는 모든 생명들을 다 없애야 합니다. 그렇게라도 건설해야 하나요? 토건족만 좋아할 것입니다. 공항 건설이 생명평화와 부합하나요? 현명한 도민들은 제주의 천연환경을 그대로 두고, 정석비행장이나 알뜨르 비행장을 재활용하든지, 그것도 안 되면 관광객을 제한할 것입니다. 다행히 2월 27일 제주도의회에서 국토부가 진행하는 ‘제 2공항 기본계획 중단 결의안’을 가결했습니다.

북미회담 결렬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회담성사 이후 전개될 시나리오 예상에만 열을 올렸지 회담이 파토날 것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만큼 회담 성공에 대한 우리 기대가 컸습니다. 몇 일 지나면서 회담결렬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이미 합의가 끝난 일에 최종 서명을 거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헌정목사님은 미국의 빅 스테이트라는 유대인 중심의 배후정치권에 굴복한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이 세력이 볼턴을 통해 최후통첩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면 우리도 생각을 달리 해야 합니다.

과연 미국은 행동 대 행동의 단계적 조치를 진행할 준비가 됐는지 매우 회의적입니다. 북한에게 계속 요구만 할 뿐, 자신의 것을 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1차 북미정상회담을 전후로 해서 이미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엔진 실험장을 폭파했습니다. 미군유해송환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영변 핵시설 전체를 폐기한다고 문서로 확약한다고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립서비스만 할 뿐, 대북제재는 여전하다는 말만 고장난 녹음기마냥 반복하고 있습니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미국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자꾸 이렇게 불성실하게 나오면 과연 한반도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우리 힘으로 해방을 못해서 지금까지 분단의 질곡을 겪었는데 한반도 평화까지도 외세의 힘을 빌어서는 죽도 밥도 안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민족의 일은 우리 힘으로 풀어가야 합니다. 남한도 미국에 끌려가지 말고 선제적인 행동을 해야 합니다. 문재인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말한 것처럼, 남북이 한반도의 주인으로서 ‘신한반도체제’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실천해야 합니다. 자꾸 베트남 경제를 본받으라고 하는데, 내가 베트남에서 배운다면, 베트남이 완벽하게 자기 힘으로 미국을 물리치고 통일을 이루었다는 점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에서 주목할 것이 있다. 세 제자입니다. 나는 그동안 이 본문을 대할 때, 주님의 변모 말씀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제자들의 변모를 잘 보지 못했습니다. 새번역 제목도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시다”로 주님의 변모를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 말씀을 자세히 보면, 주님의 변모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제자들도 변모합니다. 28절을 보겠습니다. 산에 올라가는 사람이 예수와 세 제자입니다. 산에 예수와 세 제자가 올라갔다 함은 주체가 예수 혼자가 아니라 모두가 주체라는 말입니다. 나는 항상 예수께 더 집중하고 제자들에 대해서는 곁다리로 보는 습성이 있는데, 안 좋은 습성입니다. 우리가 예수를 믿으면 주구장창 예수께만 집중하면 되지만, 예수를 살아야 하므로 제자들에게도 주목해야 합니다. 바로 그들이 나의 반영이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은 어떻게 예수를 살았는지를 의식하면 제자들의 거취를 허투루 봐서는 안 됩니다.

오늘 본문은 두 부분으로 나눕니다. 29-31절과 32절부터 36절입니다. 앞부분 등장인물은 예수, 모세, 엘리야입니다. 왜 등장인물이 모세와 엘리야냐에 대해서 예전 설교에서는 두 사람 다 죽음을 신비적으로 묘사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모세는 기력이 정정했는데 죽었고 그 무덤이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고(신 34:6,7) 엘리야는 승천했습니다.(왕하 2:11) 예수의 죽음도 그들처럼 신비하다는 암시입니다. 그 다음 설교 때는 모세와 엘리야 다 산에서 하나님의 현존을 경험한 공통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들처럼 예수도 산에서 하나님 현존을 크게 경험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 양을 보면 알겠지만, 후반부 분량이 훨씬 많습니다. 앞부분은 세 절이고 뒷부분은 다섯 절입니다. 당연히 뒷부분도 중요하다는 암시입니다. 후반부는 베드로가 예수께 말하는 장면과 제자들에게 일어난 일이 주 내용입니다. 놀랍게도 예수는 한 마디도 말씀하지 않습니다. 묵음처리됩니다. 성서 저자는 오직 제자들만 비춥니다. 제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34절을 보겠습니다. “그(베드로)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구름이 일어나서 그 세 사람을 휩쌌다. 그들이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 제자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구름에 휩싸인 사람은 누구입니까? 처음에는 예수와 모세, 엘리야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제자들입니다. 주님변모에 대한 선입견으로 중요한 대목을 흘려버렸습니다. 모세, 엘리야는 두 사람으로 나옵니다.(30, 32, 33절) 구름이 덮은 사람은 베드로, 요한, 야고보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이들도 구름 속으로 들어가면서 주님과 함께 변모되었습니다. 이들은 어떤 변모를 했나요? 구름은 하나님 영광의 은유입니다. 이들의 실존이 하나님의 영광 속에 들어갔습니다. 실존이 큰 변화를 겪습니다. 또 더 직접적인 변모가 일어납니다. 주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그리고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났다. "이는 내 아들이요, 내가 택한 자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35절)

구름 속에 들어가 있고, 그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이것은 엄청난 사건입니다. 제자들은 하나님의 현존 안에 순도 백 프로로 머물러 있습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사건인지는 광야백성을 보면 비교가 됩니다. “온 백성이 천둥소리와 번개와 나팔 소리를 듣고 산의 연기를 보았다. 백성은 그것을 보고 두려워 떨며, 멀찍이 물러섰다. 그들은 모세에게 말하였다. "어른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시오. 우리가 듣겠습니다. 하나님이 직접 우리에게 말씀하시면, 우리는 죽습니다."(출 20:18,19)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 현존이 두려워서 멀찍이 물러서는데 제자들은 하나님 현존을 한 복판에서 온 몸으로 겪습니다. 제자들은 자신들이 겪은 사건이 감당이 안 됩니다. 그래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습니다.(36절)

보통 사이비들이 하나님의 직통계시 운운하면서 자신의 영발을 자랑하는데, 성서 말씀대로하면 직통계시 받으면 죽습니다. 직통계시 받았다고 말하면 저 놈이 거짓말 하는구나 하십시오. 진짜 직통계시 받으면 침묵합니다. 하나님은 직통계시 대신에 보혜사 성령의 은총으로 우리를 보호합니다. 직통계시 없는 것을 감사하십시오. 제자들은 산상의 변모사건으로 확실히 주님의 제자로 인침 받았습니다.

많은 분쟁현장 경험으로 사람을 구분하자면, 사람이 어떤 일에 당사자가 됐을 때 그 일을 대하는 세 가지 태도가 있습니다. 1)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사람 2) 한 발만 걸치는 사람 3) 자기 몸으로 투신하는 사람이다. 1) 2)는 다수다. 3)은 소수입니다. 그러나 3)이 역사를 열어가는 주체입니다.

예수를 따라 예수를 사는 사람은 어떤 경우인가요? 성서는 생명으로 가는 길은 좁다고 합니다. 비록 소수지만 하나님나라에 운명을 걸고 그 길에 자신을 던지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하나님께서 구름으로 덮어주시고 성령으로 감동하고 지시합니다. 하나님의 현존을 실제로 겪게 합니다. 여러분,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하나님의 현존을 사모하십시오. 예수살기에 온전히 자신을 던지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다같이 침묵으로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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