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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가 나를 두고 썼다
진밭교 평화기도회(19. 4. 4)
2019년 04월 04일 (목) 11:09:56 백창욱 baek0808@hanmail.net

진밭교 평화기도회(19. 4. 4)
요한 5:45-47 “모세가 나를 두고 썼다”

오늘 복음말씀은 예수와 유대인의 논쟁이다. 요한복음의 중요 실체인 유대인과 관련해서 짧은 신학변증을 하겠다.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유대인은 예수의 적대자를 일컫는 독특한 어법이다. 일반대중 전체를 말하는 게 아니라. 바리새를 중심한 이스라엘 권력집단을 말한다.

   

요한복음서는 시종일관 예수와 유대인 사이의 긴장과 적대관계를 서술하는데, 이 배경에는 일세기 말, 이스라엘의 새 주류가 된 바리새와 유다교에서 독립하는 기독공동체의 갈등이 있다. 즉 표면적으로는 예수와 유대인의 갈등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기독공동체와 바리새의 갈등이다. 엄밀하게는 권력을 가진 바리새가 기독공동체를 탄압하는 현실이다. 예를 들면, 오늘 본문 앞, 18절을 보면, 유대인이 예수를 죽이려고 한다. “유대 사람들은 이 말씀 때문에 더욱더 예수를 죽이려고 하였다. 그것은, 예수께서 안식일을 범하셨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자기 아버지라고 불러서, 자기를 하나님과 동등한 위치에 놓으셨기 때문이다.” 이 말씀 역시 예수와 유대인의 갈등이 아니라, 율법해석을 독점하는 바리새가 기독공동체를 탄압하는 현실을 예수에게 소급해서 말하는 것이다.

일세기 이스라엘 민중 유대인은 두 지배집단인 로마와 성전세력의 폭력통치와 가혹한 세금에 눌려서 하루하루 생존에 급급했다. 또 예수의 존재가 반가우면 반가웠지, 예수를 죽여야 할 하등 이유가 없다.
오늘 복음에서 주목할 말씀은 모세의 등장이다. 예수의 말씀인즉, “너희가 나를 믿지 않는 것에 대해 고발자가 있다. 고발자는 내가 아니라 너희가 떠받드는 모세다. 이유는 모세가 나를 두고 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전부터 이 대목이 의아했다. 내가 알기로 구약에서 모세가 예수에 대해 말한 대목은 없다. 물론 해석적으로 모세의 말씀을 구속사적 관점으로 풀이해서 예수와 연결짓는 것은 전통교회가 오래 해온 관습이다. 그런데 그런 해석적인 관점 빼고 실제적으로 모세가 예수를 두고 쓴 말씀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모세는 오경에 등장한다. 흔히 오경도 모세오경이라고 말한다. 이유는 오경 특히 출애굽기부터 신명기까지 모세가 주인공으로 나오고 모세가 율법을 주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경과 모세는 무관하다. 편집사적으로 볼 때 오경은 포로기 이후인 후대산물이다. 포로기 이후 율법을 집대성하여 오경에 배치하고 모세와 연관 지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모세오경’보다는 그냥 ‘오경’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럼 요한복음에서 말하는 이 서술은 무엇인가? 모세가 예수를 두고 썼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우리는 그동안 모세를 너무 율법과 연관 지어서 고정관념화 했다. 그런데 보다 더 원초적으로 생각해보자. 모세는 누구인가? 해방군 대장이다. 애굽에서 노예살이하는 하비루들을 인솔하여 애굽을 탈출하는 대역사를 지휘한 인물이다. 모세에게는 애굽 제국의 온갖 모순과 불의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다. 그리고 사람이 제 숨 편히 쉬는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에 대한 뚜렷한 설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하비루들은 설득하고 선동하고 규합해서 해방군을 조직한 것이다. 애굽 제국의 사슬을 벗어나기 위해 유월절 탈출계획을 세우고 광야행을 단행한 것이다. 한마디로 모세는 해방정신으로 똘똘 뭉친 전사다. 그러므로 모세가 말하고 주장한 것은 무엇인가? 제국 정점에 있는 독점세력의 욕망을 규탄하고, 사람을 차별, 배제하는 제국 질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바탕에 있으며, 사람세상은 인간애로 충만해야 하며, 형제애를 이루기 위해 생명, 평화, 정의, 평등, 존중, 희생, 사랑으로 서로 섬기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모세는 예수에 대해서 완벽하게 썼다. 예수가 주창한 하나님나라가 바로 그런 세상이기 때문이다. 예수 역시 로마 제국의 폭압에 신음하는 민중을 구원하기 위해, 민중 스스로 자각하고 단결하고 연대하여서 눌리지 않고 어깨 펴는 세상을 살도록 자신을 투신한 사람이다. 모세가 쓴 세상은 예수라는 특정인을 두고 쓴 게 아니다. 어느 시대든 민중이 제 숨 편히 쉬며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다 해당한다.

어제는 제주 4.3항쟁 71주기이다. 제주 4.3항쟁의 아픈 진실이 있다. 미국이 제주도를 빨갱이섬으로 규정하고 학살을 명령한 아픈 역사이다. 미군정의 손발노릇을 하며 제 나라 양민을 학살한 군경이 어제 광화문 4.3위령제에 와서 제주도민들의 희생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진짜 학살의 원흉인 미국은 모른 체 하고 있다. 학살의 배후인 미국이 사과해야 제주 4.3항쟁은 온전히 종결된다. 우리나라도 제국의 위력에 눌려서 사과요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끝없이 호구짓만 하고 있다. 조폭영화의 한 특징이 있다. 보스의 비밀을 은폐하는 작업을 한 똘만이는 반드시 버림받는다. 이 나라가 미국에게 하는 행태가 꼭 그렇다. 모세와 예수가 일생을 걸고 투신한 해방정신으로 다시 서자. 그 결의로 사드철회투쟁에 임하자.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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