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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존재가 바뀌었다
책,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2019년 05월 22일 (수) 15:34:03 백창욱 baek0808@hanmail.net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이다. <4.16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이 『금요일엔 돌아오렴』에 이어 역작을 냈다.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일임을 압박한다.

   


세월호 참사 기록을 읽을 때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어려운 학술책도 아니고 딱딱한 이론도 아니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는 게 쉽지 않다. 한 사람의 육성기록을 접하고 나면 눈물 한 바탕씩을 쏟아야 한다. 그것은 존재가 밑바탕부터 흔들리는 사람들의 말이기 때문이고, 도저히 모르는 체 할 수 없는, 또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공통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모는 무엇인가, 과감하게 말한다면, 오직 자식이 존재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자식이 죽었을 때, 그 사실을 결코 인정할 수 없지만 수용해야 하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그래서 세월호 참사 부모들은 인생이 아니 존재 자체가 통째로 바뀌어 버렸다. 416연대 공동대표 박래군도 ‘그들의 존재가 바뀌었다’고 짧게 말한다. 존재 자체가 근본부터 바뀌어 버린 부모들은 모든 삶이 힘들고 견뎌야 하는 일뿐이다. 가족관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특별하다. 몸이 아픈 건 당연하다. 그저 평범하고 지극히 당위적인 일조차도 무의미해져 버린다. 그런데 한편 신비한 면도 있다. 그전 같으면 결코 깨달을 수 없는 세상의 모순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너무 모른 체 안이하게 살았다는 자각까지 한다. 어째서 하늘은 혹독한 방법으로 진실을 깨우치게 하는지...

하지만 세월호 참사 부모들은 경이롭다. 어쨌든 견디고 살아남아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여기까지 끌고 왔으니 말이다. 예를 들면,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화재 같은 앞선 대형참사의 경우, 국가도 이웃도 대충 세월이 흐르면 기억에서 떠나보내고, 특히 당사자인 유가족도 시간이 지나면, 파편화되고, 분열되고, 대책마련도 유야무야되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같은 비극을 내재화했다. 그런데 세월호 유가족과 피해자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연대만이 살 길임을 몸으로 보여주며 오늘까지 왔다. 생업을 포기하고 그전 인생의 꿈들을 다 내려놓고 대신에 오직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목표로 매진한다. 엄마아빠들은 세월호 참사를 그냥 대충 넘길 수 없다는 것을 권력에게 또 이웃에게 단단히 각인시켰다. 그렇게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됐다. 그러므로 세월호 엄마아빠들이 뜻을 지키는 한, 그 뜻대로 될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세월호 엄마아빠들의 정서를 공감하고(죽었다고 깨어나도 온전한 정서공감은 어렵지만) 그래도 성서 말씀대로 함께 울고 함께 웃고 함께 비를 맞으며 그 뜻이 이루어지기를 갈구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주는 유익은 또 있다. 자식 잃고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엄중하게 묻고 도전한다. 그래서 단지 우호적인 마음이나 연대 차원에서 읽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그의 문제는 나의 문제이며, 그의 일은 나의 일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사회 공동체의 문제이다. 그러니 참사를 당했든 안 당했든, 결코 무심해서는 안 되며, 살아 있음을 감사하며 살아있는 자의 책임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우선은 유가족들이 부르짖는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거쳐 ‘생명존중, 인간존엄’의 사회’가 되도록 함께 뜻을 모으는 일이다. 그렇게 하는 만큼 나도 달라질 것이다. 보다 사람답게, 선하게. 그게 고통 속에 숨어 있는 신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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