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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들이 듣고 있었다
부활절 일곱 번째 주일설교문(19. 6. 2)
2019년 06월 03일 (월) 11:31:16 백창욱 baek0808@hanmail.net

주일설교문(19. 6. 2) 부활절 일곱 번째 주일
행 16:16-34 “죄수들이 듣고 있었다”

지난 주 수요일(29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발표보도를 보았는지요? 진상조사위는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정부와 제주도 및 여러 국가기관이 해군기지 반대 측 사람들에게 행한 부당한 행위에 대해 18. 10.1부터 19.4.30까지 7개월간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진상조사팀은 당시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에 투신한 주민과 시민, 지킴이들도 조사했습니다.

   

저도 지난 겨울에 그 때 당한 일, 겪은 일을 다 써서 보냈습니다. 구럼비 파괴를 저지하려고 펜스를 뚫고 공사장으로 들어간 일과 공사차량 막은 일로 체포, 연행돼서 제주 동부경찰서 유치장에 두 번 갇혔습니다. 그 일로 처음 전과자가 됐습니다. 그 일 외에도 현장에서 무수한 공권력 폭력을 당했습니다. 경찰에게 헤아릴 수 없이 들려나가 고착 당했습니다. 기도회 하는데 경찰이 치고 들어와서 기도회를 강제 중단 당한 일도 여러 번입니다. 용역한테도 수모를 많이 당했습니다. 경찰은 멀뚱멀뚱 구경만 하고.
저뿐이 아니라 해군기지 반대투쟁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겪은 일입니다. 해군기지 건설현장에서 최고 상전은 레미콘차입니다. 레미콘차를 출입시키려고 국가공권력을 총동원 했습니다. 진상조사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위법사실을 일일이 적시했습니다.


- 2007. 4. 26.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강정마을 임시총회는 향약에 따른 총회 소집공고와 안내 방송을 하지 않았고 총회 의제가 공식적인 절차 없이 변 경되어 상정되었다.
- 2007. 6. 19. 강정마을 임시총회 주민투표는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과 해군 기지사업추진위측이 사전모의 하여 무산시켰다. 주민투표 당일 해군기지사업 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의 지시를 받은 해녀들이 투표함을 탈취하였다. 이게 그 유명한 해녀들의 투표함 탈취사건이다.
-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제주해군기지 후보지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절대보전 지역 해제, 공유수면매립계획 동의과정 등을 진행하면서 절차적인 문제가 제기 되었음에도 강행하였다.
- 2008. 9. 17. 제주시 소재 식당에서 국정원 제주지부 정보처장, 제주경찰청 정보과장,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 제주도 환경부지사 등이 모여 해군기지 건설 관련 유관기관회의를 하였다. 논의 내용은 해군기지 건설 반대활동 측에 엄격한 법집행을 해야 한다는 것, 국정원과 경찰이 측면에서 지원하겠다는 것, 반대 측을 인신 구속해야 한다는 것, 걸림돌은 제거하고 가야 한다는 것 등 해군기지 반대 활동에 대해 공권력을 동원한 강경진압 대책이었다. 그 결과 해군기지 건설 반대 활동으로 체포·연행된 사람은 모두 697명이다.
- 경찰이 해군기지 반대 측 사람들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폭행, 욕설, 신고된 집회 방해, 무분별한 강제연행, 특정 지역 봉쇄 등 이동권 제한, 장기간에 걸 친 차량 압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시위대 해산, 종교행사 방해, 불법적인 인터넷 댓글 등 과잉진압과 인권침해 행위를 확인하였다.
- 해군의 경우, 해상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을 폭행하거나 보수단체 집회 지원, 해군기지 찬성측 주민에게 향응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하였다.
- 해경의 경우, 해상에서 해군기지 반대 측 사람을 폭행하거나 고의적으로 카약을 전복시키며, 해상의 불법공사 신고를 외면하고 신고자를 체포하는 등 인 권침해 행위를 확인하였다.
- 청와대, 국군사이버사령부, 경찰청 등에서 인터넷 댓글 활동을 한 사실을 확인 하였다.
이 조사결과를 근거로 오늘 주보에 실은 것처럼, 정부와 제주도한테는 진상규명과 사과, 치유책 마련을 촉구하고 경찰에게는 인권침해와 시민의 권리인 집회시위를 훼방한 일에 대한 의견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보완을 권고했습니다.

저는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투쟁을 통해 국가의 실체에 대해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물론 대구 내려오기 전 해인, 2006년 평택 미군기지 확장 때도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제주해군기지 건설 때도 수많은 시민들과 종교인들까지 양심을 걸고 반대하고 연대했지만 정권이 마음을 잘못 먹으면 국가 자체가 거대한 범죄 집단이 된다는, 무서운 진실을 깨달았습니다. 처음부터 음모와 협잡, 절차의 하자, 불법탈법폭력으로 이루어진 억지공사지만 정권이 밀어붙이고 공권력도 법도 판사도 모두 정권편인 현실에서, 시민을 되레 범죄자로 만들고 힘으로 억누르는 정권은 재앙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당장은 물리력을 가진 정권이 이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의와 양심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이번 경찰청 진상조사위 발표처럼, 제주해군기지건설과정에서 국가공권력이 행한 범죄가 밝혀지는 데 꼭 12년이 걸렸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때 범죄는 진상이 밝혀지는 데 세월이 오래 걸렸습니다. 예를 들어, 이승만 때, 조봉암은 1959년 간첩으로 조작되어 사형 당했지만, 2011년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52년 만에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또 박정희 때인 1975년, 인혁당 희생자들은 사형 당했지만, 32년 만에 2007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 받았습니다. 이처럼, 진실이 밝혀지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전두환의 5.18 범죄도 김영삼 정부 때부터 심판을 시작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확실히 역사는 진보합니다. 단 전제가 있습니다. 깨어있는 시민이 선택한 정권일 때 역사는 진보하고 정의는 입증됩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느라고 많은 수고와 희생을 겪었지만, 정권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이 나라가 더욱 민주공화국으로 가는 데 피할 수 없는 시민의 덕행이고 종교인의 양심임을 재확인합니다.

오늘 본문은 유명한 전도문구인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 이 말씀이 나옵니다. 바울이 감옥 간수에게 한 말이 지금은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전도문구가 됐습니다. 이 전도문구나 워낙 유명한지라 다른 대목은 상대적으로 소홀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 사건에는 여러 인물이 나옵니다. 여러 인물들의 등장을 보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힘으로 복음진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바울일행 외에 누가 등장하는지 보겠습니다. 제일 우선은 1. 귀신들려 점을 치는 여종이 나옵니다. 2. 이 여종을 통해 큰 돈벌이를 하는 주인들이 있습니다. 다음에 3. 관원 겸 치안관이 나옵니다. 그리고 4. 무리가 등장합니다. 5. 치안관 부하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6. 간수가 나옵니다. ‘주 예수를 믿으라’는 이 간수를 향한 말씀입니다. 마지막으로 7. 죄수들이 나옵니다. 바울, 실라와 죄수들을 뺀 나머지는 다 기득권 지배질서에 종속돼 있는 부류들입니다. 이들의 삶의 자리에서 구원은 무엇인가요? 본문을 통해 상고하겠습니다.

두 가지를 주목하겠습니다. 첫째는 바울이 귀신들린 여종을 치유한 후 일어난 일입니다. 19절부터 24절까지, 바울과 실라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가 자세히 나옵니다. 간단히 축약해도 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는 것은 긴 설명 자체에 어떤 메시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귀신을 쫓아내자, 돈벌이 희망이 끊어진 주인들이 작당해서 바울과 실라를 관원들에게 끌고 갑니다. 끌고 갔다는 것은 이들이 우격다짐으로 실력행사를 했다는 뜻입니다. 쌍방 간에 시비가 붙으면 고소고발이 원칙입니다. 그럼, 고소를 접수한 관원이 양 당사자를 불러서 양쪽 말을 다 듣고 시시비비를 가립니다. 이게 로마법입니다. 그런데 관원(치안관)은 주인들의 말만 듣고 바울과 실라에게 린치를 가합니다. 두 사람은 옷이 찢기고 심한 매질을 당합니다. 그리고 깊은 감방에 갇히고 발에는 차꼬가 단단히 채워집니다. 바울과 실라는 자신들을 변호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당하기만 합니다. 두 사람이 당하는 모습이 예수님이 끌려가서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에 대제사장과 빌라도와 헤롯에게 뺑뺑이를 당하면서 그 수하들에게 매 맞고 모욕당하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분쟁현장에서 시민들도 이렇게 당합니다. 바울, 실라가 겪은 일과 오늘날 분쟁현장에서 시민들이 겪는 일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바울과 실라는 재판절차도 없이 당하고 오늘날 민주 시민들은 재판이라는 요식절차를 거쳐서 당합니다.

바울과 실라가 겪는 시련은 무엇을 말하나요? 복음은 어느 시대든 처음에는 그 시대와 불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곳에 하나님나라가 서기 전에는 기존질서와 반드시 충돌합니다. 기득권자들은 이익동맹질서가 깨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왜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정부 관련기관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서 한통속으로 움직이나요? 안보마피아와 건설마피아라는 이익동맹이 해군기지 건설과 유지를 통해 자신들의 먹이사슬을 더욱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한통속으로 제주해군기지건설을 위해 제 나라 시민들을 때려잡은 것입니다.

귀신들려 점을 치는 여종을 통해 큰 돈벌이를 하는 주인이 여러 명입니다. 주인들은 여종이 버는 돈을 기반으로 빌립보에서 카르텔을 구성하여 관원들과 짜고 더 큰 돈벌이를 꾀했을 게 분명합니다. 어떻게 아나요? 조폭이 성매매만 하지 않고 도박, 마약, 재개발 등 사업다각화를 하는 이치와 같습니다. 그들은 한통속이기 때문에 관원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울과 실라를 테러한 것입니다. 그런데 바울과 실라는 그런 이익동맹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귀신들려 신음하는 한 사람이 중합니다. 그 여종을 구원하는 게 복음의 역할입니다.

분쟁현장에 들어가면, 좀 안다는 사람들이 그 현안이 가지고 있는 여러 성격을 말합니다. 제주해군기지의 경우, 정부 뒤에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힘이 있고, 안보마피아들이 국가기관을 조종하기 때문에 승산이 없다. 이 일에 뛰어들면 그 사람만 손해다. 또 주민들도 이런저런 이해관계가 있어서 이 투쟁을 이기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어쩌고저쩌고... 그러면서 처음부터 사기를 떨어뜨리고 분위기를 깹니다. 그러나 복음정신은 그런 조건과 상황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계산하지 않습니다. 그곳에 국가 폭력에 신음하는 이웃이 있으니, 그 사람과 함께 고통을 겪겠다. 이게 전부입니다. 승패는 따지지 않습니다. 국가폭력과 붙으면 어떻게 될 건지, 누가 모릅니까. 독립군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일제에 맞서서 독립 투쟁했나요? 그 일이 절대 옳은 일이므로 싸우는 것입니다. 양심으로 굴하지 않는 것입니다.

두 번째 주목할 일은 바울과 실라입니다. 이들은 정말 횡액을 당했습니다. ‘하나님 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하고 원망해도 부족하지 않을 텐데, 한밤중에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그리고 죄수들이 그 노래 소리를 듣습니다. 바울, 실라의 수난은 무슨 뜻인가요? 복음전도의 차원에서 말하자면 감옥에 있는 죄수들에게 이 모습을 증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의 찬양소리를 죄수들이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에 큰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당연히 죄수들은 하나님이 지진을 일으켰다고 보았습니다. 하나님은 등장인물들을 통해 보듯이, 빌립보의 이익동맹에서 완전 소외돼 있는 감옥의 죄수들을 구원하기 위해 바울과 실라를 그곳에 보냈습니다. ‘형제들이여, 예수라는 사람이 있소. 예수를 통해 새롭게 재기하시오.’ 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입니다.

2014년 7월 21일 삼평리가 기습당했을 때, 집행부도 연행돼서 경산경찰서 유치장에 갇혔습니다. 그 때 우리도 유치장 안에서 기도하고 노래하고 평화 백 배 하고 그랬습니다. 유치장을 작은 해방구로 만들었습니다. 같이 있던 수감자들이 우리 모습을 보고, ‘아,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하면서 나가면 바로 살아야겠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깊은 감옥에서 일어난 이적은 어떤 뜻인가요? 큰 지진이 일어나서, 감옥터전이 흔들리고, 감옥 문이 모두 열리고, 죄수의 수갑이며 차꼬가 풀렸습니다. 지금 억울하게 갇힌 시국사범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여전히 지금도 수많은 양심수들이 0.8평 독방에서 나갈 날을 기다리며 고독하게 형기를 채우고 있습니다. 감옥문이 열리는 이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일제식민지시절, 서대문형무소를 비롯해서 전국의 여러 형무소에 수많은 독립투사가 갇혔을 때, 이런 감옥이적이 일어나면 좋으련만, 독립투사들은 고문당하고 병으로 고생하다 죽었습니다.

그럼, 바울, 실라에게 일어난 감옥이적은 무엇인가요? 그들에게만 일어난 특혜인가요? 감옥과 수갑과 차꼬는 권력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감옥문이 열리고 수갑과 차꼬가 풀린 것은 권력의 힘이 아무리 강고하더라도 복음을 누를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불의한 권력이 당장은 물리력으로 억누르고 그 권세가 영원할 것 같지만 반드시 금이 가고 무너지게 돼 있습니다. 바울과 실라의 감옥이적은 복음이 권력을 깨치고 하나님나라를 반드시 이루게 된다는 예표입니다. 이익동맹의 하수인이었던 간수집의 구원은 복음승리의 한 사례입니다. 여러분, 복음으로 의롭게 사십시오. 이익동맹 대신에 하나님나라를 구하십시오. 부활절 마지막 주일, 주님의 말씀입니다. 다같이 침묵으로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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