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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시를 읽는 독자 몫
길 위에서 중얼 거리다
2019년 07월 04일 (목) 10:46:59 양재성 hfmc1004@hanmail.net

+ 길 위에서 중얼 거리다 +

기형도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양재성의 '시' 해설노트

시인들은 시가
실체를 드러내는 언어의 마술사라지만
시어가 어찌 그것을 다 드러내겠는가
기형도의 시는 참 어렵다
아무리 읽어도 늘 원점에 머물러 있다
그의 시엔 그냥
그 시대의 고독이 묻어 있다
그의 외로움과 그리움, 절망과 희망,
마침내 절망으로 가득하다
길은 밝음에서 어둠으로 이어지고
그 어둠을 뚫고 지나감으로 정화된다
생을 희망하다 죽느니
그냥 모든 것을 절망하다 죽음으로
그 시대의 어둠을 죽인다
희망은 시를 읽는 독자들의 몫이다
예언자가 제자들의 삶을 통해 부활하듯이
길은 늘 위태롭다

(0704, 가재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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