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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는 삶의 문화
전통발효식품을 살려야 해 !
2009년 11월 23일 (월) 18:52:20 류기석 yoogiseo@yonsei.ac.kr

필자는 술을 못한다. 그런데 정성이 들어간 전통발효주나 증류주는 차를 마시듯 약간의 술맛을 느끼며 품평하기를 즐긴다. 이유없이 술을 먹기 보다는 그 지역의 특산물로 빚은 막걸리의 문화를 느끼기 위해서 여행 중에 빼놓지 않고 찾는 것이 막걸리다.

   
▲ 배달리 술 박물관 박관원 원장과 함께 실비옥에서 '고양 쌀 막걸리'품평 2009 경기고양 ⓒ 류기석

11월 18일 퇴근시간에 맞추어 좋은 막걸리를 찾아 고양시 원당읍 주교리 인근에 있는 배다리 술도가 실비옥의 "고양 쌀 막걸리"를 찾았다. 이 막걸리는 1966년경 여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고양시에 있는 한 골프장에 갔다 오는 길에 막걸리 한 잔이 생각나 삼송동 실비옥이라는 고양막걸리 주막과 인연을 맺으면서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이곳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신 후 술맛에 반해 "어디의 막걸리냐"고 물었고, 주인은 "능곡양조장에서 가져온 쌀 막걸리"라고 하자 청와대는 능곡양조장에서 제조한 쌀 막걸리만을 그해부터 1979년까지 14년간 드렸다는 일화가 전한다.

옛 부터 우리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해 온 국민주(酒)는 당연 막걸리다. 막걸리는 도시보다는 농촌에서 못 먹고 척박한 삶을 이겨 내도록 활력을 주었다. 화학주인 소주나 맥주 그리고 막걸리를 과도하게 마시는 것은 당연히 신체적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 허나 농사 일로 바쁜 논밭에서는 시장기를 채워주는 밥으로서 소침했던 기운이 돋아나는 건강주로 이웃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시켜주는 농자천하지대본의 으뜸이었다.

그중에서도 친환경 막걸리는 보존기간이 5일로 살균주가 아닌 생 막걸리라야 하고, 쓴맛, 단맛, 시원한 맛, 신맛 등의 7가지 맛이 고스란히 살아있어야 으뜸이다. 하지만 요즘 막걸리는 예전의 전통주에서 빚는 원료나 누룩, 담금, 샘물, 도기, 온도 등 좋은 술을 위한 내림비법이 사라졌다. 특히 천연이 아닌 합성 향신료의 개발 등으로 설탕보다 100배 이상 단 성질을 가진 재료의 사용으로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그뿐만이 아니라 술의 저장과 숙성용으로 사용했던 목기와 옹기로 된 각종 숨 쉬는 술독, 술병, 술통, 술잔이 사라져 우리의 전통이 웰빙이요 친환경생활이라는 문화의식이 사라졌다.

   
▲ 막걸리의 다섯가지 덕 2009 경기고양 ⓒ 류기석

우리일행이 도착한 배다리 술도가는 원당역을 지나자마자 우측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입구에는 홍보를 위한 각종 막걸리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배다리 박물관 아래층에는 삼송리 주막집 실비옥이 세련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배다리’라는 말은 서울의 젖줄인 한강이 홍수가 나면 고양시 행주리로부터 이곳 주교리까지 강물이 범람하여 길이 물에 잠기면 여러 나룻배를 잇고 그 위에 나무를 대어 임시다리를 놓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배주(舟)자에 다리교(橋)자를 쓰는 주교동이 되었고, 옛 지명이 배다리란다. 1915년 배다리 술도가 1대 주인은 박승언옹으로 인근상회라는 이름의 약주, 탁주 등을 제조하기시작, 1925년 주세법에 따라 양주제조면허를 받은 배다리 술도가 2대째 박유병옹이 능곡양조장을 개업, 1932년 배다리 술도가 3대 박용국옹이 능곡양조장을 승계하였다고 한다.

이후 1945년 배다리 술도가 4대인 박관원 대표가 능곡양조장 면허를 승계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배다리 박물관의 개관은 2004년부터이고 2007년부터는 배다리 술도가 5대인 아들 박상빈씨가 대표를 맡아 이끌어 오고 있다. 5대를 걸쳐 100년에 가까운 제조 비법은 술기운이 부드럽고 상큼하다는 것이 특징이지만 이날 우리들은 명성있는 배다리 막걸리의 진실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4대째 이어오고 있는 박관원옹은 요즘 세대에 맞추어 막걸리의 재료와 향신료를 쓰고 있다고 했다. 특히 막걸리의 단 성분을 내기 위하여 화학조미료 ‘아스파탐’을 넣고, 제조법과 용기 디자인 등도 5대째 대를 이은 아들에 의하여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순간 배다리의 전통내림비법으로 전해오는 친환경막걸리를 기대했던 우리들은 별로 유쾌하지 못했다. 필자와 자리에 함께했던 지인들은 2005년부터 이제껏 많은 자료와 연구를 통해 그리고 현장을 돌아보면서 품평을 진행한 경험이 있기에 실망은 더욱 컸다.

최근 배다리 막걸리를 소개하자면 1999년 고 정주영 회장이 평양에 갔을 때, 김정일 위원장이 “박대통령이 마신 막걸리를 맛보고 싶다.”고 하여 그 당시 약60말분을 평양으로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고양막걸리는 2000년 주세법에 따라 탁주의 지역 카르텔 제도가 폐지되면서 한 때 쇠락의 길로 걸었다.

   
▲ 배다리 술도가에 걸린 액자 2009 경기고양 ⓒ 류기석

이후 배다리 쌀 막걸리는 입국과 청결미를 주재료로 하여 자연발효, 2단 담금, 저온 장기숙성 등으로 상큼한 맛으로 숙취를 제거하고 배다리 약주인 주교주를 브랜드로 출시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아사달이라는 40%짜리 이슬처럼 받아낸 전통증류주로 깊은 향과 맛이 담긴 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몇몇 새로운 약주를 제외하고는 탁주의 원료인 쌀은 우리쌀이 아니며, 그 안에 담기는 누룩 균은 일본에서 수입을 하고, 향신료들은 물론 술병과 술잔 등이 친환경적이지 못해 실망이 크다. 우리의 누룩과 천연조미료가 아닌 화학합성조미료를 첨가한다면 제대로된 발효주가 되지 못한다. 좋은 술 막걸리의 문화가 지속가능하려면 원료는 물론 첨가제, 먹고 마시는 술과 함께했던 도구들이 친환경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건강하고 복된 삶의 문화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말로만이 아니라 전통주 육성을 제대로 하기위해서는 막걸리의 원료인 쌀 공급을 원활히 해주어야 한다. 그것도 수입쌀이 아닌 우리의 쌀로 농촌과 농업도 지키고, 쌀의 부가가치도 높여 농민을 살리는 친환경발효주 막걸리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주병과 잔을 전통의 방식인 옹기나 토기, 목기로 재현한다면 수입양주나 와인 못지않은 우리 술의 문화적 참모습은 세계 속의 장랑스러운 한류로 당당히 자리메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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