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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권하는 사회”
난, 사회가 내게 술을 권해서가 아니라, 술이 좋아서 마신다
2013년 01월 13일 (일) 08:52:25 박혜숙 hyesook.park.9@facebook.com

내가 좋아하지 않는 작가 이문열이 고은 선생의 여성 편력과 기인행을 다룬 <아우와의 만남>이란 소설을 발표했을 때 불쾌감과 함께 고은샘에 대해서도 썩 좋지 않은 감정이 남았던 게 사실이었다(그런데 갑자기 이 책이 사라졌다).

남의 일기를 들여다보는 것은 짜릿할 뿐만이 아니라, 책으로 발간될 정도면 어느 수위에서 쓰는가 궁금해서 하루종일 고은 선생의 <바람의 사상>과 놀았다.

“오늘 성욕이 강했다”라는 기록을 보며, 대단히 진솔하네 생각하며 읽고 있는데 서울 하늘 아래 동시대를 산 숱한 인간들에 대한 그의 평가가 무척 재밌었다. 가령 같이 살게 된 강아지 이름을 짓는 문제에서 난 뻥, 터졌다.

“밤에도 낑낑댔다. 이름은 ‘닉슨’이라 지을까 하다가 말았다. 박정희의 ‘정희’라 지을까 하다가 말았다. 개에게 미안해서였다.”

고은 선생이 이 일기를 쓸 때는 가장 잘 나가는 필자였다. 가장 실천적인 문제에 앞장서기도 했지만 그가 누린 경제적인 여유도 확실히 느껴졌다. 시대가 인물을 만들기도 하지만 인물이 시대를 만들기도 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확실히 던져주었다.

결국, 술 권하는 한국 사회는 언제면 쫑, 할 것인가? 70년대 지성계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이 책에서 나는 내내 “술 권하는 사회”가 한국 사회를 오래 지배하고 있구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본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그래도 내생에 태어나면 역사가가 될 것이다, 는 그의 희망과 접하면서 요즘 시대엔 역사가를 배출해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도 은근히 들었다.

하여간 제2의 박정희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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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회가 내게 술을 권해서가 아니라, 술이 좋아서 마신다고 고백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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